[AS도 인증시대] 고장ㆍ하자ㆍ불만 '남김없이 잡는다'

미국 일리노이주 피오리아에 있는 중장비생산업체인 캐터필라(Caterpillar)사에 들어서면 운동장처럼 넓은 공장 규모에 놀라게 된다. 그러나 공장 안을 한 바퀴 돌아보면 생산라인의 무질서함에 또 한 번 놀란다. 곳곳에 트랙터 굴착기 등 각종 중장비들이 흩어져 있어 도대체 일관적인 생산라인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예상외로 조립라인까지도 로봇보다는 기술자들이 직접 조립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어떻게 일본기업들을 이겨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당장 솟아오른다.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전문가들은 캐터필라가 히타치나 코벨코 등 경쟁사들에 의해 곧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그 예측은 빗나가고 말았다. 캐터필라는 세계 최대 중장비업체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냈다. 지난해 4ㆍ4분기만 해도 약 3억5천만달러의 흑자를 내는 건실한 기업으로 갱쟁력을 회복했다. 캐터필라가 경쟁력을 회복한 것은 생산 방식을 전환한 것도 힘이 됐지만 실제로는 애프터서비스를 강화한 것이 발판이 됐다. 캐터필라는 제품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품을 팔고 난 뒤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중장비는 건설현장에서 작업을 하던 중 부품을 교체해야 할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애프터서비스가 가장 중요한 경영활동이라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따라서 이 회사는 3백 가지가 넘는 중장비 품목의 어떤 기종 부품이든 48시간 안에 공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내세웠다. 아프리카의 오지에서 공사를 하던 중 고장이 났을 경우 헬리콥터를 동원해 48시간 안에 어김없이 부품을 배달시켜 공사를 재개할 수 있게 했다. 이를 위해 서플라이체인(supply chain)과 물류시스템을 확보하고 물류회사인 CLS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제 캐터필라가 아니더라도 애프터서비스는 모든 기업의 핵심 경영활동으로 자리잡았다. 제품에 대한 서비스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가 비포서비스(before service)이고 두 번째는 온서비스(on service)다. 세 번째가 애프터서비스다. 비포서비스란 소비자가 문제점을 발견하기 전에 사전조치를 취하는 기업 내부의 품질경영 활동을 말한다. 이는 통합품질관리(TQC) 기법 등을 통해 불량률을 감소시키는 등의 활동을 뜻한다. 온서비스는 △제품의 편리성 △올바른 취급방법 △사용시 주의사항 △적재적소 설치 등 제품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시점의 서비스다. 이처럼 비포서비스와 온서비스는 제품이 기업 관계자의 손 안에 있을 때 이뤄지는 활동이다. 이에 반해 애프터서비스는 제품이 기업의 손을 떠난 뒤에 행해지는 활동을 말한다.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던 중 발생하는 △고장 △하자 △불평 △불만을 해결해 주는 행위다. 최근 들어서는 중장비 제품 외에 자동차 전자제품 보일러 엘리베이터 등에서 사후 점검이 필수가 됐다. 기업들은 현장에 직원을 보내 고객의 태도와 관심도까지 조사해 고객만족도를 높이는데 힘을 쏟고 있다. 기업은 고객이 기대하는 것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생존할 수 없게 됐다. 애프터터서비스 활동이 이같이 중요한 점을 감안,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은 애프터서비스 인증제도를 만들었다. 이 애프터서비스 제도는 소비자의 의견이나 불만을 반영하고 그 피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우수 기업에 애프터서비스 마크를 인증해 줌으로써 소비자에게 상품 선택의 정보를 넓혀주고 기업엔 품질 향상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기술표준원에 따르면 이 제도의 목적은 △품질경영촉진 지원 △소비자의 기본적 권리실현 보장 △서비스품질 향상을 통한 경쟁력 제고 △소비자에 대한 상품선택 정보 제공 등이라고 한다. 이 인증을 받으면 크게 네 가지 혜택이 주어진다. 첫째 우수상품 및 용역업체로 공인을 받는다. 둘째 소비자들에게 품질신뢰도를 높여줄 수 있게 된다. 셋째 정부 및 공공기관에 제품을 납품할 때 우대 혜택을 받는다. 넷째 각종 제도상 혜택을 받는다. 제도상 혜택은 △품질경쟁력 우수기업 선정시 우대 △인증마크의 업체 사업장 게시 △제품 용기 포장에 인증마크 표시 △광고시 인증내용 홍보 가능 △고객만족 우수상(대통령상) 등이다.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서비스진흥협회는 애프터서비스의 중요성을 감안, 우수 인증기업 21개를 공동으로 선정했다. 이번에 선정된 기업은 △삼성전자서비스 △LG전자 △대우전자서비스 △린나이코리아 △LG패션 △위니아만도 △아남전자서비스 △제일모직 △경동보일러 △금호타이어 △현대엘리베이터 △범양냉방공업 △웅진코웨이개발 △청호나이스 △유베이스 △에이알 △롯데기공 △롯데캐논 △보루네오가구 △에넥스 △매직서비스 등이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