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되살아나는 대산 석유화학단지..퇴출 위기서 수천억 흑자전환

충남 서산의 대산석유화학단지. 1980년대 삼성그룹과 현대그룹이 경쟁적으로 석유화학 및 정유 사업에 진출,국내 석유화학산업을 만성적 공급과잉 상태로 만들었던 현장이다. 이 곳에 자리를 잡았던 삼성종합화학 현대석유화학 현대정유 등 3사는 외환위기 직후 막대한 부채를 떠안은 채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렸다. 그러나 대산은 지금 석유화학단지가 들어선 이후 처음으로 활기가 넘쳐나고 있다. 삼성종합화학은 세계적 석유화학업체인 프랑스 토탈그룹과 합작에 성공해 '삼성아토피나'라는 이름으로 거듭났고 현대석유화학은 LG화학과 호남석유화학 컨소시엄에 인수되면서 새 활로를 찾았다. 현대정유 또한 아랍에미리트 IPIC로부터 외자를 유치,'현대오일뱅크'로 간판을 바꿔달면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적자에서 허덕이던 것은 이미 옛 말. 2002년 모든 회사가 흑자 전환에 성공한 뒤 흑자 규모는 더욱 커지고 있다. "나프타를 분해공장(NCC)에 시간당 2백45t씩 투입해 PE(폴리에틸렌) PP(폴리프로필렌) 등 수 십종의 유화제품을 쏟아내는데도 밀려드는 주문을 도무지 감당할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삼성아토피나 박오규 전무의 설명이다. 이 회사의 공장가동률은 작년 12월부터 1백%를 넘었다. 지난달 수출물량은 작년 동기보다 5만t(13.4%) 늘었다. 김경진 마케팅팀장은 "하루가 다르게 원료가격이 상승하는 데도 거래처의 주문량은 오히려 늘어나 전화받기가 두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삼성아토피나는 지난해 프랑스 토탈그룹으로부터 7억7천5백만달러라는 대규모 외자를 유치해 7백22%였던 부채비율을 89%까지 낮출 수 있었다. 구조조정도 성공적이었다. 97년 1천7백32명이던 직원 수는 이제 8백62명 뿐. 적자 규모가 2001년 1천4백85억원이나 됐지만 지난해에는 2천2백억원의 흑자를 내 동종 업계 최대 이익률(14%)을 기록했다. "빅딜대상 기업이 이제는 구조조정의 대표적 모델이 돼버렸다"(박 전무)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삼성아토피나는 합작선인 토탈그룹과 함께 거대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는 중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현대석유화학 공장도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이 회사는 국내 최대의 에틸렌 생산능력(연간 1백5만t)을 확보하고 있지만 과다한 시설투자로 2001년까지 적자행진을 거듭했다. 그러나 2002년 말 LG화학과 호남석유화학 컨소시엄에 인수되면서 부채비율이 40%대까지 떨어지며 흑자로 돌아섰다. 작년에는 업황호조로 3천1백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올해 5백40억원의 보완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정관진 총괄공장장은 "외환위기 이후 이 같은 대형 투자는 처음"이라며 "2007년 이후 경기하락에 미리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지옥까지 떨어졌다가 기사회생한 케이스. 이 회사는 99년 몸집키우기 차원에서 한화에너지(현 인천정유)를 인수했다가 과당경쟁과 환차손 등으로 2000,2001년 연속 수천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하며 유동성 위기까지 내몰렸었다. 김정석 공장장은 "2002년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공장가동률을 조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매출극대화보다는 수익극대화에 주력해왔다"면서 "이제 경기도 좋아진 만큼 올해는 공장가동률도 높이는 등 적극적 활동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3사의 회생으로 지역경제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삼성아토피나 정문 앞에서 '솔밭공원식당'을 운영하는 편부수씨는 "요즘만 같으면 로또복권에 당첨된 것과 진배없다"며 "석유화학 경기가 꾸준한 오름세를 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충남 대산=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