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강세.경기침체.조류독감, 증시 '오싹'

올들어 강하게 상승탄력을 받던 증시가 휘청거리고 있다. 환율 복병 외에 유가급등,금리인상 움직임,조류독감 확산,내수침체 장기화 조짐 등이 시장안팎의 악재가 총출동,증시를 압박하고 있다. 3일 종합주가지수는 15.02포인트 추락,한달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조류독감 확산 여파로 아시아 증시가 전반적으로 약세로 돌아선데다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지지선인 1천1백70원선 아래로 내려가면서 투자분위기를 급속히 냉각시켰다. 특히 환율 불안감이 불거지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은 이날 하룻동안 1천4백46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주가지수 하락을 부채질했다. 일각에선 환율 불안이 지속될 경우 국내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갉아먹어 가뜩이나 회생기미를 찾지 못하는 내수경기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G7회담'후폭풍 재연되나 G7(선진7개국) 재무장관 회의를 앞두고 원·달러 환율이 최근 3개월 이래 최저 수준으로 급락하자 전문가들은 작년 9월 두바이 G7회담 이후 벌어진 상황을 연상케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9월22일 당시 두바이에서 열린 G7 재무장관 회의에서 아시아권의 통화절상을 요구하는 성명이 채택되자 원·달러 환율은 14개월만에 최저치로 급락했고 국내 증시는 그 다음날인 23일(월요일) 4.45% 폭락하는 '블랙 먼데이'를 연출했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상무는 "이번 G7회담이 달러화 약세 문제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 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지만 환율의 하락세가 G7회담을 계기로 가속화될 경우 국내 기업의 수출가격 하락에 따른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며 "이는 내수부진 속에 수출이 견인하고 있는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환율 불안은 증시에서 외국인 매수강도의 둔화로 이어져 외국인에 의해 상승하고 있는 현 상황에 강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수출주 비중축소 전문가들은 환율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수출 관련주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 주력업종에 대한 비중을 줄여갈 것을 권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현대차(-6.29%),포스코(-2.48%),현대모비스(-3.42%) 등 수출 주도주가 동반 급락했다. 교보증권 신규광 연구위원은 "수출 비중이 높은 조선·자동차·가전·통신장비·섬유 업종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반도체·반도체 장비·디스플레이·석유화학 업종도 부정적 영향을 받겠지만 이중 반도체는 경기호황에 힘입어,석유화학은 원재료 비용 절감 효과 덕분에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덧붙였다. 신 연구위원은 그러나 "원재료 수입 비중이 크고 수출비중이 작은 음식료 업종과 외화부채가 많은 항공 업종은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며 그동안 상승장에서 소외됐던 내수 관련주와 경기 방어주에 대한 투자비중을 늘릴 것을 조언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