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신용이다] 제3부 : (1) 한경 '청소년 신용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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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다면 어떻게 하죠?"
"엄마한테 말해요."
"그냥 번호를 바꾸면 돼요."
4일 오전 경기도 하남시 하남고등학교.
대강당을 가득 메운 7백50여명의 학생들은 이날 신용교육 강사로 나선 이동기 신용회복위원회 과장의 질문에 대해 제각각 해법을 내놨다.
이 과장의 질문이 이어졌다.
"청소년도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아니다'란 대답에 1백여명이 손을 들었다.
이 과장은 "휴대폰 요금 등 소액을 연체해 신용불량자가 된 10대 청소년이 수천명에 달한다"면서 "신용관리에 실패하면 어리다고 해서 봐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이날 신용교육은 청소년을 위한 신용관리법을 주제로 △신용이 무엇인지 △신용관리가 왜 중요한지 △평소 어떻게 신용관리를 해야 하는지 △신용불량자가 되면 무엇이 불편한지 등에 대해 집중적인 강의가 이뤄졌다.
대다수 학생들이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신용교육 강의에 커다란 관심을 갖고 경청했으며 강사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대답하는 열의를 보였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신용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아직 체감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 과장은 "한 친구로부터 돈을 빌린 뒤 갚지 않고 다른 친구한테 돈을 꿔달라고 하면 그 친구가 빌려주겠느냐"고 반문한 뒤 "신용이 쌓이면 마법과 같은 위력을 발휘하지만 신용이 나빠지면 '신용이 곧 돈'인 현대사회에서 제대로 생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용불량자가 3백70만여명이란 사실은 금융거래가 제한되는 신용불량자가 세 집 건너 한 집마다 있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이 과장은 "신용불량은 처음부터 큰 돈 때문에 시작되는게 아니다"며 "소비하기 전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을 구분하고 꼭 필요한 것만 사는게 신용불량에 빠지지 않는 첫 번째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또 "용돈을 저축하는 통장과 지출할 때 사용하는 통장을 따로 만들면 지출내역을 보면서 잘못된 소비에 대해 반성할 수 있다"면서 "통장을 두 개 만들라"고 조언했다.
이날 강의를 주선한 김윤희 교사(법과 사회 담당)는 "학부모들로부터 학생들에 대한 신용교육을 꼭 시켜달라는 요청이 많아 이번 강의를 신청했다"면서 "신용이야말로 미래설계를 위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학생들이 잘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의를 들은 김수연양(고2)은 "신용불량자가 많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처럼 심각한 줄은 몰랐다"면서 "내 소비습관도 다시 한번 뒤돌아 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같은 학년인 권은영양은 "강의를 들어보니 나도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는 소비습관을 갖고 있더라"면서 "앞으로 용돈을 아껴 쓰고 저축하는 습관을 갖겠다"고 다짐했다.
강신욱군(고2)도 "당장 통장을 두 개 만들고 신용관리에도 신경을 더 많이 쓸 것"이라고 말했다.
하남=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