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유망주 라운드업 (1)] 여윳돈 한번 '올인'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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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전자산업에서는 지금 '소리없는 전쟁'이 진행중이다.
'포스트 브라운관'의 자리를 놓고 평판디스플레이패널(PDP)과 액정표시장치(LCD)가 시장규모를 급속히 늘리면서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어느 쪽이 우세를 잡든 큰 상관은 없다.
두 분야 모두 한국업체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의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산업에서의 우위도 여전히 건재하다.
세계 1위자리를 굳힌 반도체부문에다 PDP와 LCD가 가세한 한국의 전자업종 주가전망은 그래서 낙관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이들은 경기산업이라는 특징이 있다.
무엇보다 가격이 끊임없이 변화한다.
대량생산이 이뤄지는 업종의 특성상 판매가격이 조금만 바뀌어도 기업의 실적은 1백80도 달라진다.
그러나 가격을 결정하는 수요와 공급 전망은 예전과는 다른 패턴을 보이고 있다.
메모리반도체만 해도 비수기로 평가됐던 2월에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
LCD는 하반기에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일 전망이지만 커지는 시장규모와 비례해 가격이 떨어지는 만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오히려 세계경제가 긴 침체의 터널에서 벗어나고 있어 호황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전자전기 부품업체와 장비업체들은 초호황의 국면으로 들어섰다.
작년 이후 국내에서 이뤄진 대형 투자는 대부분 반도체와 LCD다.
게다가 세계경기의 회복세로 전자제품의 감초인 인쇄회로기판(PCB) 등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도 가동률이 1백%까지 올라간 상태다.
국내경제 전반에 불황의 깊은 골이 패이고 있지만 전자전기업체의 성장가도는 '파란불'이라는 얘기다.
△ 반도체 =최근 눈길을 끄는 현상은 현물가격이 고정거래가격을 앞서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현물가격이란 매일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값을 말한다.
고정거래가격은 생산업체와 수요업체가 계약에 의해 일정기간동안 반도체를 판매하는 가격이다.
현물가격이 고정거래가격보다 높게 형성된다는 것은 앞으로 고정거래가격이 상승할 것임을 알려주는 전조다.
비수기인 겨울에는 하락세를 보였던 예전의 계절적 특성이 사라진 셈이다.
한투증권 서도원 연구위원은 "작년 10월 이후 진행되던 하락세가 일단락됐다"고 진단한다.
2분기 중반부터는 하반기 PC교체기를 앞두고 D램의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올 상반기엔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LCD와 PDP =LCD 가격은 2월 중에도 강세기조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공급부족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노트북PC용 제품의 가격 강세가 예상된다.
TV용 제품은 올 여름에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이라는 특수를 겨냥한 수요증가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동양종금증권 민후식 선임연구위원은 "30인치대 TV의 가격하락이 예상되고 있지만 생산수율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수요증가로 시장규모가 급속히 커지면서 완제품 업체의 이익규모는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PDP는 대형제품 위주로 시장규모가 확대되고 있다는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소형제품시장에서는 LCD에 밀리고 있지만 마진이 큰 대형제품에서는 독주하는 양상이다.
구매력있는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라는 점에서 수요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 장비 및 부품시장 =LCD와 PDP업체는 시장선점을 위해 투자를 급속히 늘리고 있다.
LG필립스디스플레이가 파주에 대규모 공단을 세우고 있고 삼성전자도 투자규모를 대폭 늘리고 있어 장비업체에는 대형 수주의 호재가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생산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대만이나 중국 등에 대한 수출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LCD장비업체로서는 단군이래 최대호황을 맞고 있는 셈이다.
이밖에 전기전자 부품업체들의 실적개선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LCD의 핵심부품인 냉음극형광램프(BLU)를 생산하는 업체 등은 물건이 없어 못파는 형국이다.
전자제품의 감초격인 PCB를 생산하는 대덕전자나 인터플렉스 등은 공장가동률이 이미 1백%까지 올라갔다.
삼성전기 등 종합부품업체의 영업이익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동양종금증권 민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체와 LCD 완성품 업체의 설비투자가 올 여름을 기점으로 축소될 전망"이라며 "그러나 제품경쟁력이 뛰어난 업체들의 경우 중국과 대만 등에 대한 수출물량이 늘어나고 있어 과거보다는 경기변동에 둔감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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