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G7 회담에 바란다

6∼7일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들이 미국 플로리다주 보카러턴에 모인다. 지난해 9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재무장관 회담이어서 보카러턴에 쏠리는 관심과 기대도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특히 이번 G7 회담에서는 지난 2년간 미 달러화의 움직에 대한 논쟁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국 통화에 대해 미 달러가치가 지나치게 떨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잠깐 지난해 9월 두바이 G7 회담에서 재무장관들이 한 목소리로 외쳤던 이른바 '두바이 코뮤니케(communique)'를 살펴보자.코뮤니케는 "환율은 경제의 기초체력(fundamentals)을 그대로 반영해야 하며,좀 더 유연한 환율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해당 국가들에도 도움이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각국 정부가 환율의 미세조정을 실시할 때는 어디까지나 시장 메커니즘에 기반을 둬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당시 존 스노 재무장관을 비롯한 미국의 경제관료들은 "미국 정부는 강한 달러를 지지하며,환율은 외환시장에서 정해져야 한다"는 점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이후 국제 외환시장은 '두바이 코뮤니케의 정신'을 정확하게 반영했다. 일본 정부에는 엔화가치 절상 압력이 가해졌으며,중국 정부에는 위안화 페그제(달러연동 환율제) 완화라는 중대한 과제가 던져졌다. 40여년 만에 가장 낮은 금리 수준과 엄청난 속도로 불어나는 경상수지 적자에 대한 우려로 미 달러가치 역시 하락세를 멈추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G7 국가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일부 국가는 "환율 안정을 위해 각국 정부가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자"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환율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보다 공개적인 시장 개입을 용인하자는 주장을 펴는 국가도 있다. 하지만 이번 G7 회담이 '두바이 코뮤니케의 정신'을 훼손하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된다. 이번 회담이 결코 환율을 토론하는 자리가 돼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인위적인 환율 조정이 큰 혼란을 초래한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이미 입증된 사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재무부 관료들은 "시장이 환율을 결정해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견지,다른 국가들을 안정시키는 태도를 보여달라고 주문하고 싶다. 이 같은 주장의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첫째,최근의 미 달러가치 움직임은 한마디로 '질서정연(orderly)'했다는 점이다. 지금의 달러 약세 현상은 시간이 흐르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해주고,그 결과 세계경제의 회복을 돕는 계기로 작용하게 된다. 이 점은 다른 G7 국가들도 희망하는 사항이다. 둘째,근래 몇주간 환율의 변동성이 컸던 데는 각국 정부 관료들의 책임도 크다. 각국의 정책 당국자들은 자국 통화가치가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과도한 구두 개입에 나섰으며,이는 결국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켰다. 셋째,두바이 코뮤니케에는 "각국 정부는 환율을 주의깊게 관찰하고 적절한 조치가 필요할 때는 최대한 협력한다"는 문구가 이미 적혀 있다는 점이다. 외환시장에 돌발사태가 발생할 경우 G7 국가들은 적극적으로 협력할 자세가 돼 있다. 추가적으로 환율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불필요한 점도 이런 이유에서다. G7 국가들이 두바이 코뮤니케를 존중하면,환율은 조만간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확신한다. 정리=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 ◇이 글은 미국 컬럼비아대 리처드 클라리다 경제학과 교수가 월스트리트저널 2일자에 기고한 'The Greenback in Boca'란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