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다시 본다] 중국 : (3)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시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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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저우의 번화가인 환스동루.
지난 1월7일 오후 백화점 '리보광장' 앞에서 대형공연을 연상케 하는 개장식이 열렸다.
패션 쇼는 물론 레이저 쇼와 무용 공연 그리고 1백여 형상을 만들어내는 분수쇼가 잇따라 펼쳐졌다.
백화점측은 개장식 주변을 테이프로 막아 '초대받은 고객'만 가까이서 볼 수 있게 배려했다.
5층 건물의 이 백화점에 들어서면 프라다 루이비통 베르사체 등 전세계 명품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입점한 브랜드는 모두 50여개.
중국 개인 디자이너가 만든 일부 브랜드를 빼고는 모두 외국의 패션 명품 브랜드다.
베이징 시내에 있는 중국 외교부에서 한 블럭 떨어진 주상복합상가 '차오와이먼'.
내년 5월 완공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이 건물은 1월 초 분양을 시작했다.
분양사무소 여직원은 "건물 1층 외곽은 모두 상가로 꾸밀 계획으로 세계 50대 브랜드만을 입점시킬 예정"이라고 전했다.
과일 값 1위안(1백50원)을 놓고 손님과 상인간에 고성이 오가는 재래시장 옆에 고급 브랜드가 즐비한 상가가 공존하는 곳이 중국이다.
진짜 명품 상가는 중국인을 겨냥한 것이다.
롤렉스 시계와 구찌 가방 등을 1백50~3백위안에 살 수 있는 가짜 명품 상점의 주 고객은 관광객이다.
불법복제 천국에서 명품을 선호하기 시작한 소비패턴의 변화는 우선 두터워진 지갑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리더수이(李德水) 국가 통계국장은 "중국의 소비구조가 발전형과 향유형으로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특히 선전 광저우 등 일부 대도시의 경우 1인당 GDP가 6천달러에 육박한다.
베이징현대차 이강동 이사는 "1인당 GDP가 1천달러를 넘었을때 승용차가 가정에 들어갔고, 3천달러가 넘어서니 자동차 소비가 폭발했다"며 "중국이 지난해 세계 3위의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고급자동차가 잘 팔리면서 생산기지도 잇따라 세워지고 있다.
BMW가 지난해 선양에서 첫 출고된데 이어 올해는 GM이 상하이에서 캐딜락을 만들 계획이고 다임러크라이슬러도 베이징에서 벤츠생산을 추진중이다.
두툼한 지갑 덕에 자동차는 물론 골프 PC 휴대폰 등도 중국 가정을 급속히 파고들고 있다.
소비패턴이 온바오(溫飽,먹고 입는데 문제가 없는 상황) 위주에서 질을 높이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시 여인가의 한 빌딩 3층에 위치한 '골프대세계'.
중국에서 골프가 '녹색아편'으로 불릴만큼 급속히 보급되자 작년 10월에 생겨난 골프용품 상가다.
이 곳에 골프용품점을 낸 한국인 김일씨는 "중국 최대의 골프 전문상가"라며 "하루 실제 구매고객이 7백여명 이상"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골프장이 1백95개로 세계 5위의 골프장 대국으로 부상했다.
골프시장의 성장은 소득수준 향상이 건강에 대한 관심을 높였기 때문이다.
개인주치의 알선 회사가 등장하고 헬스장이 붐비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씀씀이가 커진 것도 소비패턴의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과거 중국인은 좀체 지갑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소황제(小皇帝)' 등과 같은 젊은 층은 다르다.
대출해서 차를 사고 집을 구한다.
AC닐슨이 최근 아시아 지역 13개국의 소비행태를 조사한 결과 중국인 60%가 레스토랑이나 가라오케 등에서 돈을 쓸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일본(22%)은 물론 한국(30%)보다 훨씬 높다.
중국은 이제 '세계공장'에서 '세계시장'으로 변신하고 있다.
지난 2002년 세계 최대 맥주생산국이 된 중국은 지난해엔 PC 시장에서도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로 발돋움했다.
네덜란드 필립스의 제라드 클라이스터리 CEO(최고경영자)가 "4년 내 중국이 필립스의 최대시장이 될 것"이라고 낙관한 것이나 세계 3위 자동차 업체인 독일 폭스바겐의 지난해 중국내 판매 대수가 자국 판매량을 처음 앞지른 것은 세계시장으로서의 중국의 위상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리더수이 국장은 "소비열풍은 양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요구해 저급 저가 위주의 '세계공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광저우ㆍ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