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큰 토지사기단, 나라땅도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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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시장이 들썩이면서 정부가 지자체에 매각한 국유지를 자기 땅처럼 속여 팔아먹으려는 '간 큰' 토지사기단까지 등장해 활개를 치고 있다.
이들이 먹잇감으로 노리는 땅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주엽·대화동 일대 5필지.
전체 면적은 7만5천여평으로 고양시가 이곳을 포함한 22만6천여평에 한국국제종합전시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 이 사기단은 이곳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는 소문을 토지 브로커들에게 퍼뜨려 건설회사 등 디벨로퍼들을 상대로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유주인 건설교통부가 이 땅을 H호텔에 매각했으며,호텔 측이 아파트 용지로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식으로 접근해 오고 있다"며 "일산신도시 바로 앞이라 유혹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건교부와 경기도 고양시청 등에는 이 땅의 용도와 도시계획,아파트 건립 가능 여부 등을 물어오는 전화문의가 최근 부쩍 늘었다.
하지만 이곳은 당초 한국토지공사가 일산신도시 조성에 따른 개발부담금을 대납(代納)한 땅으로 건설교통부의 토지관리특별회계(토특회계)에 편입돼 있다가 지난 2000년 국제종합전시장 조성을 위해 고양시가 2천억원에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국제종합전시장은 내년 4월 개관을 목표로 이미 40%의 공정을 보이고 있고,부지조성 공사 중인 나머지 땅도 지난 2일 고양시가 내·외국인의 투자유치를 위해 호텔·업무·상업용지 등 4필지로 나눠 매각공고까지 내놓은 상태다.
건교부 관계자는 "매각대금이 워낙 큰 만큼 20년 장기분할 상환방식으로 계약을 맺어 소유권이 아직 국가(건교부)로 돼 있다보니 이같은 토지사기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들에게 속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