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기부금 크게 늘었다 ‥ 모처럼 '훈훈한 메시지'

불우이웃을 돕는 기부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경기불황 속에서도 지난 연말연시 이웃돕기 성금이 전년보다 6%가량 늘었다. 한국사회가 '나눔'에 인색하다는 오명을 벗을 조짐을 보여주는 모처럼의 '희망 메시지'다. 특히 대선자금 수사 등으로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졌지만 기업들은 어느 해보다 많은 기부금을 냈다. 5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 2개월동안 '희망 2004 이웃돕기 캠페인'을 벌여 모두 9백49억원을 모금했다고 밝혔다. 국민 한사람당 1천9백56원씩 낸 셈. 이는 전년 같은 기간에 모인 8백97억원보다 52억원(6%) 많은 것이다. 당초 목표 9백21억원도 28억원 초과했다. 이 가운데 기업이 낸 돈은 5백80억원으로 전체 61%를 차지했다. 다음은 일반시민들로 1백95억원(20.5%), 사회ㆍ학교ㆍ종교단체가 1백20억원(12.7%),정부 및 공공기관은 54억원(5.7%)을 냈다. 최다 기부자는 1백억원을 낸 삼성. 올해를 포함해 5년 연속 1백억원을 내놓았다. 현대자동차 그룹, 국민은행이 각각 70억원을 기부했으며 SK, LG그룹이 각각 50억원을 기탁해 5위권에 들었다. 정부ㆍ공공기관의 경우 전체 6위를 기록한 경남도개발공사가 포스코와 같은 액수인 20억원을 내 선두를 차지했다. 경남도개발공사에 이어 정부기관으로는 국세청(6천3백20만원) 법무부(6천만원) 철도청(3천만원) 해수부(2천5백81만원)의 순으로 성금을 냈다. 개인 기부자 가운데서는 MBC '느낌표'를 통해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의 인세 수입금 1억4천여만원을 낸 소설가 김주영씨가 최고액을 기록했다. 모금회의 연도별 기부액은 모금을 시작한 98~99년 1백70억5천3백만원이던 것이 다음해 3백41억5천1백만원으로 배가량 불어난 이후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기업 기부액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기업사회공헌'이 중요 이슈로 대두된 2000년대 들어서는 그 씀씀이가 두드러지게 커졌다.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기업 기부액은 5억∼10억원에 그쳤지만 삼성이 2000년 말 1백억원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SK LG 등 여타 대기업들도 2002년 말께부터 10억∼50억원대로 액수를 높였다. 모금회 윤수경 사무총장은 "불황이라 모금이 어렵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기업을 중심으로 1억원 이상 거액 기부가 늘었고 고속도로 톨게이트나 지하철역에 설치한 사랑의 열매 모금함에서도 각각 16억원, 30억원이 걷히는 등 참여가 활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기업기부는 민간사회복지자원의 규모를 키우는 동시에 '기업 시민의식'을 높여 공동체의식을 확장시킨다는 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