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9일 FTA 국회통과 총력전] 관련부처 국ㆍ과장까지 총동원

지난해 7월 국회 상정 후 해를 넘기며 8개월째 표류하고 있는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통과를 위해 재정경제부 외교통상부 농림부 등 관계 부처들이 막판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9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비준 동의안 통과가 또다시 실패할 경우 오는 4월 총선 정국과 맞물려 협정 발효가 무기한 표류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한ㆍ칠레 FTA의 '공(空)회전'으로 빚어지고 있는 수출 등의 경제적 피해가 증폭될 것이라는 판단때문이다. ◆ 정부, FTA 비준 '올인' 정부는 5일 고건 국무총리 주재로 총리 공관에서 김수환 추기경, 강원룡 목사 등 시민단체 여성계 언론계 등 주요 인사를 초청해 간담회를 갖고 FTA 비준 통과를 위한 대(對) 국회 간접 로비에 나서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재경부 농림부 등 FTA 관련 부처들도 장ㆍ차관은 물론 국ㆍ과장들까지 총동원, 국회의원들과 보좌관 등을 상대로 'FTA 불가피론'을 펴고 있다. 특히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정족수 미달이란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국회의원 '맨투맨'조를 짜놓고 있다. 김광림 차관을 팀장으로 '한ㆍ칠레 FTA 비준 대책팀'을 구성한 재경부는 중앙부처 교류국장 대상인 임영록 경제협력국장의 전보까지 미루며 FTA 비준 통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 등을 통한 농업 개방일정이 잡혀 있는 만큼 결정을 계속 미룬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질 것은 없다"며 "비준안을 이번에 꼭 처리하는게 대외적인 모양새도 좋고 국익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점을 정치권 등에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 흔들리는 'KOREA' 브랜드 FTA 기폭제로 작용해야 할 한ㆍ칠레 FTA가 국회의 머뭇거림으로 오히려 '통상 족쇄'로 전락하면서 해외시장에서 한국제품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5일 내놓은 '주요국간의 FTA 체결과 수출에의 영향'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한ㆍ칠레 FTA 비준이 국회에 발이 묶여 있는 가운데 미ㆍ칠레, 미ㆍ싱가포르 FTA 등 주요 무역 상대국들간의 상호 FTA 체결로 한국은 연간 최고 3억달러가 넘는 수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칠레시장에서는 자동차 전자기기 기계류 석유류 등 20개 품목에서 미국산 제품과 경쟁해 2천만∼4천만달러의 수출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칠레시장에서 한국자동차의 시장점유율 순위는 2000년 1위(25.9%)에서 해마다 일본 브라질 아르헨티나에 차례로 밀리면서 지난해에는 4위(18.8%)에 그쳤다. 산자부 관계자는 "칠레와의 FTA가 지연되면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남미시장의 안방을 일본 등 경쟁국에 내주고 있다"며 "외교적 망신은 둘째 치더라도 경제적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한ㆍ칠레 FTA의 조속한 마무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