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과기부 '몸 따로 머리 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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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명 장관이 부임해 오면서 과학기술부에 혁신 신드롬이 일어나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 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역할을 떠맡기 위한 조직 개편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5명의 젊은 사무관들로 짜여진 태스크 포스팀을 가동,미래 비전 찾기를 시도하고 있다.
6일에는 장관을 비롯해 2백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홍릉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과학기술부 재설계'를 주제로 연찬회를 연다.
부총리급 부서로의 조직 개편에 대비한 준비로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위로부터의 요구로 시작됐다.
과기부는 과학기술 분야의 기획 조정 및 평가를 전담하는 부서로 거듭나야 한다는 오 장관의 철학에 따른 것이다.
물론 청와대측과도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위로부터의 개혁에 대한 내부 반응이다.
과기부가 해오던 사업들을 과감하게 다른 부처로 넘기겠다는 오 장관 방침에 직원들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지금도 힘이 없는 부서인데 앞으로 기획 조정업무만 맡게 되면 더욱 더 위축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프런티어사업 등 연구개발 사업을 하루 아침에 다른 부처에 몽땅 넘기겠다는 데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과기부는 지난 30년 동안 국가 과학기술정책의 허리를 맡아왔다.
국가 종합과학기술 정책과 연구개발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실행해왔다.
G7사업과 프런티어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추진해왔다.
그 과정에서 많은 성과를 올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시대는 변했다.
과학기술 분야의 예산을 놓고 서로 신경전을 벌일 수 있는 여유가 없다.
신성장동력 사업을 둘러싸고 관련 부처가 밥그릇 싸움을 할 상황도 아니다.
이제는 부처간 업무 조정을 통해 국가 연구개발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나가야 한다.
국가 과학기술 행정이 개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위로부터의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내부 개혁이 뒤따라줘야 한다.
과기부 직원들의 의식개혁 없이는 아무 것도 일궈낼 수 없다.
6일 열리는 전직원 연찬회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오춘호 과학기술부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