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규의 '월요경제'] 무디스 하필 이럴때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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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낙(樂)을 빼면 사는게 얼마나 삭막할까.
사람의 낙에 대한 유머가 있다.
최고의 삶이 '영국 저택에서 미국 연봉을 받으며 일본인 아내와 중국 음식을 먹는 것"이라면 최악은 '일본 집에서 중국 연봉을 받으며 미국인 아내와 영국 음식을 먹는 것'.
음식은 곧 인생이기도 하다.
대만 영화 '음식남녀'에서 홀아비 요리사 주 선생은 그를 이해 못하는 세 딸을 위해 음식을 만든다.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과 마술처럼 쏟아내는 산해진미에서 그의 인생이 보인다.
신라호텔 초밥 요리사들의 필독서라는 일본 만화 '미스터 초밥왕'을 아시는가.
인생 희로애락이 모두 초밥에 담긴 듯해 주인공 쇼타가 만든 초밥이 정말 먹고 싶어진다.
사극 '대장금'에서 수랏간 궁녀 장금의 요리에 대한 마음가짐은 쇼타나 주 선생과 다를 바 없다.
가축파동 탓에 먹는 재미가 사라졌다고들 한다.
동네 유황오리 체인점은 개업 이틀 만에 조류독감이 터져 폐업 직전이다.
불황과 가축파동이 생계형 창업에 나선 명퇴자들을 '두번 죽이는' 상황이다.
서민들의 고통에는 아랑곳없이 이번 주는 정치와 경제가 뒤엉켜 올들어 가장 시끄러울 전망이다.
당장 월요일(9일)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걸려 있다.
표밖에 안 보이는 '농촌당' 의원들이 또 단상점거를 시도한다면 낙천ㆍ낙선 리스트부터 다시 짜야 할 것이다.
곧바로 10일 개각, 13일엔 청와대 개편이 예고돼 있다.
김진표 경제부총리 등 총선 차출 장관ㆍ비서관이 결정된다.
총선 결과에 관계없이 새 경제팀은 '두 달짜리'는 아니리라 믿고 싶다.
아울러 10일부터 사흘간 불법 대선자금 청문회가 열린다.
잔뜩 벼르고 있는 야당과 보이콧을 검토 중인 여당 간 장내ㆍ외 공방과 폭로전이 예상된다.
'민경찬 펀드' 'YS 안풍(安風)자금'이 어디로 튈지도 주목거리다.
정부의 불인정 방침에도 불구, 주말(14일) 부안에선 원전센터 유치 반대측 주민들의 투표가 있다.
하필 이럴 때 미국 무디스 국가신용등급 평가단이 방한(11∼13일)한다.
북핵과 경제문제 못지 않게 경제 발목잡는 정치도 점검 대상이다.
그들의 눈에 지금 한국은 어떤 모습으로 비쳐질까 궁금해진다.
흔히 기가 막힐 때 '어처구니없다'고 한다.
어처구니의 사전 뜻풀이는 '생각 밖으로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물건'이다.
본래는 맷돌의 나무 손잡이를 뜻하는 말이었다.
손잡이 없는 맷돌을 무엇에 쓰겠는가.
이제는 대한민국이 부디 '어처구니 있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