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13일 개봉 '사랑할 때 버려야…'

60대의 독신남자 해리(잭 니콜슨)가 젊은 여자친구 마린(아만다 피트)과 오븟한 주말을 보내기 위해 해변 별장으로 간다. 이 곳에서 예기치 않게 마린의 어머니 에리카(다이앤 키튼)와 그녀의 여동생 조(프랜시스 맥도먼드),에리카를 좋아하는 젊은 의사 줄리안(키아누 리브스)과 만나게 된다. 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여성감독인 낸시 마이어스의 로맨틱코미디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Something's Gotta Give)'은 나이 든 남성과 젊은 여성간의 관계와 인생의 황혼기에 사랑을 경험하는 남녀의 심리를 예리하게 통찰한 작품이다. 할리우드 로맨틱코미디 전통과는 달리 키아누 리브스와 아만다 피트 등 젊은 배우들이 초로의 배우 잭 니콜슨과 다이앤 키튼의 뒤편으로 밀려난다. 이들 초로의 배우들이 내는 사랑의 화음은 청춘 남녀들 못지 않게 뜨겁고 생기발랄하며 유머 넘친다. 주요 인물들의 심리가 변화하는 과정에는 모티브들이 적절하게 구축됨으로써 리얼리티가 살아났다. '영계'들만 사귀는 바람둥이 해리의 애정관 변화가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엔진이다. 그는 사랑의 약속이나 의무를 회피함으로써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인물이다. 이런 인간형은 시간이 멈춘 듯이 행동하며 시간과 존재의 유한함을 절감한 뒤에야 사랑에 빠지게 마련이다. 세 차례에 걸친 그의 심장 발작은 존재의 한계를 일깨우고 삶의 태도에 변화를 촉구하는 에피소드다. 이 사건들은 동시에 연인들간의 관계 변화를 암시하는 복선으로 작용한다. 해리의 심장 발작에 혼비백산한 마린과 신속하게 응급처치하는 에리카를 대비시킴으로써 연인으로서 능력과 자격을 묻는다. 해리의 연인이 마린에서 에리카로 자연스럽게 이동한다. 이후 에리카의 눈물어린 애정 고백은 해리의 분방한 삶을 결정적으로 바꾸도록 이끈다. 이 영화는 결국 사랑할 때 버려야 할 것들로 '여유'와 '체면'을 집어낸다. 해리와 에리카의 젊은 파트너들은 노년기에 접어든 연인들에게 사랑의 불씨를 지피는 촉매제이면서 관객층을 '20~60'으로 넓히는 기능까지 해낸다. 13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