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ㆍ4 정부대책 불구 땅 투기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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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2ㆍ4 토지투기종합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인 땅 투기 열기가 좀처럼 식을줄 모르고 달아오르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개발 기대감과 4ㆍ15 총선을 앞두고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그린벨트를 해제하면서 부동산 투기를 오히려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경기 등지의 대규모 토지가 군사보호시설에서 해제되면서 투기 열기가 남북을 오르내리며 전국을 달구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투기 타깃이 주택(아파트)에서 땅으로 옮겨가면서 투자 규모도 대형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자취를 감췄던 '뭉칫돈'이 요즘 들어 다시 지방 곳곳에서 투기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2ㆍ4 부동산 종합대책을 비롯해 정부 대책은 투기꾼들이 작전을 통해 이미 '재미'를 본 다음 뒷북치는 식이어서 효과가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난해 10ㆍ29 주택시장 안정대책 이후 주택시장에서 빠져나온 뭉칫돈이 토지시장으로 흘러들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면서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팔짱만 끼고 있다 뒤늦게 처방을 내린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투기지역 확대 및 전매제한 등을 골자로 한 토지시장 안정대책은 시장에 거의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토지에 대한 거래가 눈에 띄게 활발해지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과 고속철 개통, 신도시 개발 등 각종 호재로 가득찬 충청권 토지시장은 정부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열기가 식을줄 모르고 있다.
아산ㆍ천안시청 등 관공서 민원실에는 매일 토지대장을 발급받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최근에는 초보 투자자들까지 삼삼오오 힘을 모아 논과 밭을 사들이고 있다.
이곳의 한 부동산 업자는 "온갖 개발설이 난무하면서 평당 40만원 하던 논이 5백만~1천만원까지 호가할 정도로 거품이 심하다"고 혀를 찼다.
토지경매시장에도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 대전지역 토지경매시장의 낙찰가율은 평균 1백50% 이상을 웃돌고 있다.
서울 용산 주한미군기지 이전 예정지인 평택시 일대에도 최근 뭉칫돈이 움직이고 있다.
주한미군 이전이 본격화되면 주택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도로변 준농림지의 가격은 전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올랐다.
자연녹지 시세도 평당 1백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평택 미군부대 인근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그동안 평택지역 부동산값이 워낙 낮았기 때문에 이 지역 부동산 투자열기는 더욱 뜨거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도권 전철 연장, 평택항 개발 등 총선을 앞두고 터져나오는 각종 개발 호재도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김천 구미 울산 등 고속철 역세권 추가 지역에는 외곽의 토지거래가 불붙고 있다.
이는 개발 호재를 갖춘 지역의 외곽은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데다 아파트와는 달리 거래상 다양한 편법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울산의 경우 울주군 삼남면 신화리 경부고속철 예정지 외곽에 있는 울주군 상북, 두서, 두동, 삼남 외곽 일대의 거래가 활황세다.
최근 교동구획지구의 경우 평당 1백30만~5백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울산의 이성우 부동산 컨설턴트는 "최근의 부동산 투자는 투자처를 찾지 못한 뭉칫돈이 총선을 앞두고 각종 개발 호재와 맞물려 다시 요동치는 형국"이라며 "초보 투자자까지 가세하고 있어 부동산 거품이 꺼질 경우 피해자가 속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전ㆍ울산=백창현ㆍ하인식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