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금연 마스크

마스크는 예로부터 유행성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착용하는 게 보통이지만,지금에 와서는 상징적인 의미로 더욱 두루 쓰이는 것 같다. 평화적인 시위에는 'X'자 표시를 한 침묵마스크가 등장하고,말을 아끼면서 진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소신을 굽히지 말라는 취지로 마스크를 내세우기도 한다. 1인 시위자가 예외없이 마스크를 쓰는 것도 그 상징성이 크기 때문일 게다. 정치·사회적인 요구가 봇물을 이루면서 마스크의 쓰임새가 다양해지는 양상이다. 서양인들은 오래전부터 마스크를 자신의 주장을 표현하는 도구로 이용해 오고 있다. 지난달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프랑스 의회에서 연설할 때 한 의원은 하얀 마스크를 쓰고 나와 "중국은 정치적으로 재갈이 물려 있다"고 풍자해 파란을 일으켰다. 공공집회에서 얼굴 식별이 어려운 복면마스크가 곧잘 문제가 되자 뉴욕 법원은 마스크 착용을 금지했지만,얼마전 연방 항소법원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이 판결을 뒤집었다. 마스크(mask)라는 단어는 라틴어 이전의 토속어인 마스카로(maskaro)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얼굴을 알아볼 수 없도록 검댕으로 검게 칠한 것을 뜻한다고 한다. 한자어의 가면(假面)은 바로 이 가짜 얼굴인 것이다. 당초 마스크는 원시인들이 동물을 사냥할 때 변장용으로,또 주력(呪力)을 몸에 지니기 위해사용했다고 전해진다. 마스크가 이제는 금연운동의 효과적인 수단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감기에 걸려 마스크를 착용하다 담배를 끊었다는 금연 성공담이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홈페이지에 게재되자 이를 실험한 뒤 '나도 성공했다'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스크를 착용하면 흡연 욕구를 억제한다는 의학적 증거는 아직 없어 협회측은 연대 보건대학원에 의뢰,마스크 착용실험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마스크 착용과 금연효과의 상관관계는 나중에 밝혀지겠지만,마스크 착용 자체가 담배를 피우지 않겠다는 자기 암시와 함께 주변 사람들에게 '금연을 지켜봐 달라'는 일종의 시위효과 때문에 성공을 거두고 있지 않은가 생각된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