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동북아委의 '오버'

9일 아침부터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위원장 배순훈)는 '세계적인 기간산업체 독일 티센크루프가 한국에 본격 투자 진출한다'는 내용의 화려한 보도자료를 언론에 뿌렸다. 이 회사가 북한 개성공단 내 공장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는 내용도 빼놓지 않았다. 이미 지난 주말부터 티센크루프의 한국투자 규모가 5억달러 이상 될 것이란 소문이 동북아위원회와 산자부 등으로부터 흘러나온 터여서 언론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구체적인 투자내용은 사업보안상 방한한 로캄 티센크루프 총회장 대행이 이날 낮 서울 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밝힌다고 보도자료는 친절하게 덧붙였다. 그러나 기자회견이 열린 이날 낮 1시30분 서울 신라호텔.로캄 회장의 입에서 '구체적인 투자내용'이 발표되기를 기다리던 많은 기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티센크루프가 발표한 투자 계획을 살펴보면 그동안 언론이 동북아위원회의 '오버'에 끌려다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날 로캄 총회장 대행은 R&D,자동차,자기부상열차 등에 대한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구체적인 계획이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로선 검토 단계에 있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단지 티센크루프를 알리자는 기업홍보 차원"이라는 설명이 덧붙었다. 게다가 이날 오전 노무현 대통령까지 반색하며 기대감을 나타낸 남북경협에서의 역할에 대해 로캄 회장은 "북한에 투자할 계획이 없으며 현실적인 가능성도 적다"고 말해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마치 대규모 투자가 결정된 듯 발표한 동북아위원회의 모습은 경제중심이 되기 위해 추진한다는 외국인 투자유치도 총선용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우려를 자아낸다. 유창재 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