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日정치인 학력공개

"자,여기를 봐 주십시오.오해를 살지 몰라 졸업증명서와 자격증을 갖고 나왔습니다." 최근 도쿄 나가타초 일본 민주당 본부 기자회견장에서 후지스에 겐조 전 도쿄대 조교수(40)가 서류를 한웅큼 펼쳐든 채 손을 높이 들었다. 그는 올 여름 참의원 선거에 민주당이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한 인물.미국 MIT와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석사를 취득한 유학파 엘리트로 유학 중 미국 프로권투 선수 자격증을 따낸 데 이어 8권의 전문 서적을 펴낸 다재다능한 젊은 피였다. 이런 그가 자신의 학·경력에 거짓이 없다며 서류를 활짝 들고 어색한 웃음을 지어야 했던 이유는 다름 아니다. 최근 일본 정치권을 떠들썩하게 만든 학력위조사건의 후유증 때문이었다. 같은 당 소속으로 지난해 11월 중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고가 준이치 의원의 학력이 엉터리로 들통 난 후 쏟아진 비난과 불신을 막기 위한 자발적 증거제시였다. 고가 의원의 학력위조 발각사건으로 민주당과 일본 정계가 망신을 당한 후 일본 사회에는 학·경력 불신 풍조가 유행병처럼 퍼져 있다. 지면의 대다수를 유명인 뒷이야기로 채우는 주간지들은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저명인사들을 위조혐의의 도마 위에 올려놓고 있다. 고위 관료, 정치인에서 방송·연예인에 이르기까지 이들 주간지가 눈에 불을 켜고 달라붙은 표적은 한두 명이 아니다. 때문에 후지스에 교수가 기자들 앞에 아예 졸업증을 제시한 것은 자연스런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지식·지도층이 자신의 간판을 부풀리고 덧칠하는 세태가 반복될 수록 유권자들은 한 표의 의미를 곱씹어 볼 수밖에 없다. 총선을 앞둔 한국 정치권은 민심을 잡으려는 후보자들이 표밭마다 넘쳐나고 있다. 저마다 화려한 포장과 수사로 표심을 유혹할게 분명하다. 하지만 대선 비자금 파문과 정쟁에 묻혀 포장 속 진실은 올바로 가려지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거짓 포장을 가려내 불신의 싹을 잘라내는 것은 일본 유권자들의 몫만이 아니다. 당장 총선을 치를 한국 유권자들에게 더 다급한 일이요,권리이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