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곡 값 '천정부지' .. 수확 줄었는데 웰빙열풍에 수요는 날로 급증

유례없는 '잡곡 특수'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작황이 부진해 국내산 잡곡류 가격이 최고 3배까지 치솟았는데도 '웰빙 열풍'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농산물도매시장인 서울 가락시장에서는 10일 국내산 차수수 70kg이 평균 47만5천원(이하 상품 기준)에 거래됐다. 지난해 이맘때(16만1천3백33원)보다 2백% 이상 오른 가격이다. 검은콩(70kg)도 49만5천원에 거래돼 1백35%나 값이 뛰었다. 율무(1백20%) 녹두(91%) 참깨(48%)도 초강세를 보였다. 소매가격도 많이 올랐다. 롯데마트에서는 지난해 11월 3천원에 팔았던 검은콩 5백g을 요즘은 5천원에 팔고 있다. 값이 60% 오른 셈이다.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수요가 늘어난 흑미(검은쌀)도 50% 이상 오른 kg당 7천5백원에 판매하고 있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감소하게 마련이지만 소비는 계속 늘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전년 대비 잡곡 매출 증가율이 지난해 10월 1백9%,11월 1백55%,12월 1백45%를 기록했다. 올해 1월 매출 신장률도 1백17%에 달했다. 농협하나로클럽 양재점의 1월 잡곡 매출도 21억원으로 작년 1월(13억)에 비해 62% 늘었다. 잡곡 가격이 치솟은 것은 지난해 작황이 나빠 수확량이 절반으로 줄었기 때문. 홍인호 농협유통 양곡본부 차장은 "태풍으로 작황이 부진한 데다 수년째 계속된 가격 약세로 농민들이 잡곡 재배를 기피해 수확량이 재작년의 절반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시작된 웰빙 열풍도 잡곡 특수를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 이마트 관계자는 "방송에서 잡곡이 몸에 좋다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매출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며 "검은색 음식을 선호하는 블랙푸드 신드롬까지 겹쳐 검은깨 검은콩 등의 수요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수입 잡곡도 덩달아 값이 뛰었다. 이날 가락시장에서 수입 조는 70kg에 평균 4만7천5백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0.1%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수입 수수는 75kg에 4만7천원으로 34.2%,수입 참깨는 60kg에 30만5천원으로 29.2% 값이 뛰었다. 전문가들은 잡곡류 가격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들이 국내산을 선호하는 데다 공급 물량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박승화 이마트 양곡담당 차장은 "소비자들이 수입 잡곡을 불신하고 있어 국내산만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산 찹쌀 값도 2배 가까이 급등했다. 작년 이맘때 16만4천원이던 찹쌀 80kg 도매가격이 요즘은 31만2천5백원에 달한다. 1년새 90.5%나 치솟은 셈이다. 송주희 기자 y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