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장개입 줄어…대세순응? ‥ 원ㆍ달러 환율 슬금슬금 내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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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강도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
현물시장에서 달러 매수 규모나 횟수가 예전보다 줄어든 데다 지난 달 도입했던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규제조치는 매입·매도 포지션 한도를 완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이로 인해 10일 원ㆍ달러 환율은 슬금슬금 1천1백62원까지 내리면서 지난 4개월새 최저수준으로 떨어졌고 엔화와의 교환비율인 원ㆍ엔 재정환율도 두 달 만에 1천1백원 선까지 가라앉았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투기세력에 의한 환율 급락에는 강력히 대처한다는 기본 원칙은 바뀌지 않았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NDF 규제로 여유가 생긴 만큼 앞으로는 즉각적인 대응보다 긴 호흡으로 시장움직임에 대처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지난달 15일 단행한 국내 금융회사의 NDF 매입한도 규제(14일 기준 매입초과포지션의 1백10%)를 다소 완화해 줘야 한다는 시장의 목소리가 크다"며 "한국은행과 어떤 방식으로 완화할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재경부는 매입초과포지션 위반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 유예시한인 오는 19일 이전에 완화조치를 발표할 계획이다.
완화 방법으로는 매입한도를 1백10%에서 1백20∼1백30%로 확대하는 방식이 유력하지만 NDF 규제 자체를 풀지는 않을 방침이다.
현물시장에서 재경부의 몸놀림도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둔해졌다는 분석이다.
외국계은행 관계자는 "환율이 연중 최저치로 떨어진 것 치곤 재경부의 시장개입이 뜸한 편"이라며 "G7 회담 이후 달러 약세기조에 변함이 없다는 인식에다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수가 거세지면서 재경부가 시장개입의 고삐를 조금씩 늦추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개각을 앞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재경부 장관 교체를 앞두고 외환정책라인에 레임덕 현상이 있는 것 같다"며 "외환시장에 대한 재경부의 스탠스가 바뀌었는지는 신임 장관이 정해진 뒤에나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수진ㆍ안재석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