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건교부의 '설익은' 업무보고

건설교통부의 지난 12일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에 대해 말이 많다. 재탕에서부터 설익거나 실현가능성이 의문시되는 것, 여론 무마용 급조혐의(?)가 농후한 것이 한둘이 아니다. 수도권 교통난 해소를 위해 2020년까지 광역전철망을 현재의 5백km에서 1천5백km로 늘리겠다는 내용은 지난 2001년 발표된 '수도권광역교통망계획'에 따라 이미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다. 게다가 이 계획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해마다 2조2천억원씩 모두 45조원이 필요한데도 구체적인 예산확보 방안은 어디에도 언급되지 않았다. 현재 정부의 철도 관련 예산은 고속철도나 대도시 지하철에 집중돼 있어 새 철도망 건설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광역철도는 해당 지자체도 사업비의 25~30%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다. 이날 함께 발표된 '공공택지 분양아파트 택지가격 공개 의무화'도 그동안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여론에도 꿈쩍도 않던 건교부가 청와대가 관심을 보이자 부랴부랴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교부는 아파트 가구당 토지 가격까지 공개한다고 생색을 냈지만 시민단체들은 "신도시 등 공공택지의 분양 면적 및 분양가격이 공개돼온 터에 '의무화'를 내세워 마치 여론에 호응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건교부는 또 '신국토구상'의 후속조치로 '4차 국토종합계획'을 또다시 전면 수정키로 했다. 사실 그동안 3차에 걸쳐 국토종합계획이 수립됐지만 번번이 정치논리에 밀려 국토계획은 뒷전으로 밀려나 수도권 난개발을 초래하는 등 폐해가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참여정부의 신국토구상도 계획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가뜩이나 오해받기 쉬운 정치의 계절에 의연하기는 커녕 건교부 공무원들은 '어떻게 하면 정치권의 구미에 맞는 메뉴를 많이 내놓을까'하고 골몰하는 것 같아 보기가 딱하다. 김후진 사회부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