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전쟁 격화조짐] 각국 잇따라 수출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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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미국의 철강주조 업체와 자동차 업체인 다임러크라이슬러 관계자들은 워싱턴 상무부를 방문, 수출담당 고위관료들과 회합을 가졌다.
미국 전기로 업체들은 이 자리에서 미국의 철스크랩 수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가격이 폭등해 도저히 채산성을 맞출 수 없다며 정부가 수출통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미니밀협회(SMA)는 스크랩 수출 규제는 철강업체뿐만 아니라 관련 기업 모두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며 상무부를 설득했다.
이들 업체는 다음주로 예정된 SMA 연례총회에서도 이 문제를 집중 토의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혀 미국 정부에 상당한 압력을 행사할 뜻임을 밝혔다.
자동차업계도 철강재 가격 급등 방지를 위해 이같은 입장을 옹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 철스크랩 수출규제 도미노
이처럼 원자재 대란이 자국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무역 기조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면서 각국 정부 간 대리전으로 확산될 낌새마저 보이고 있다.
미국은 이미 러시아 우크라이나 베네수엘라 등에 대해 철스크랩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수출용 철스크랩에 t당 30유로의 수출 관세를 부과해오던 우크라이나는 최근 철스크랩 수출을 전면 중단시켰다.
명목상 수출면허를 재발급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이 절차에만 최장 6개월까지 걸릴 것으로 국내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이 러시아 등 다른 국가로 확산될 경우 가뜩이나 원자재난으로 조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전기로 업체들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
또 세계 최대 철스크랩 수출국인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조짐만으로도 시장 분위기를 과열시켜 가격 폭등 시발로 이어질 것이 확실하다.
이미 철스크랩을 원료로 한 철근 내수가격이 핫코일(열연강판)보다 높은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건설 등 수요업체들의 연쇄 타격도 불가피해졌다.
INI스틸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자유무역 원칙을 훼손하면서 전면적인 수출통제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업체별로 쿼터량을 배정하는 방식으로 물량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중국 정부 "국내 산업 우선"
연료용 유연탄 확보전은 중국에서 시작됐다.
중국 최대 광산지역인 산시지역의 광산 폭발로 석탄 생산량이 급감한 데다 내수물량 우선 정책으로 수출이 사실상 봉쇄되고 있다.
게다가 보조금 지급 중단으로 폴란드 독일 지역의 탄광이 일부 폐쇄되면서 유럽 내 생산량마저 급감,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완전히 붕괴된 상태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은 지난해 1천만t의 발전 및 제철용 유연탄을 중국에서 수입했으나 올해는 20%나 급감한 8백만t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중국산 유연탄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30%에 달하는 발전 자회사마다 비축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게다가 중국탄 용선료가 지난해 1월 t당 2.90달러에서 최근 9달러를 넘어서는 등 3배 이상 폭등, 벌크선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 설상가상의 형국을 맞고 있다.
◆ OPEC 감산도 타격
게다가 최근 OPEC(석유수출국기구)가 기습적인 감산을 발표, 원유가격의 고공행진에 기름을 붓고 있다.
최대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당장 한국과 일본에 공급량을 계약분보다 10% 축소해 공급키로 결정하는 등 파장이 나타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통상 쿼터량보다 많은 물량을 계약하는 관례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최근의 감산조치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비교 우위에 있는 원자재의 수출을 통제하는데 경쟁적으로 나섬에 따라 국내 업체들도 국산 원자재의 수출 제한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공무역을 근간으로 한 국내 제조업의 영향을 막아줄 정부 차원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수출국인 미국이 철스크랩 수출 제한에 나선 마당에 국내에서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현 시점에서는 다소간 채산성 악화를 무릅쓰더라도 원자재의 안정적인 확보에 역점을 둬야 하는 만큼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기업경영 차원에서 원자재와 수요업체 간 공동전선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당장 국내 철스크랩을 중국 등지로 수출하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의 창구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태웅ㆍ이심기 기자 redae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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