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프라우 스키] 스릴…쾌감…짜릿한 스키 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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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름답다는 스위스 알프스의 설경을 보려고 융프라우요흐역에 도착한 첫날.
거센 바람에 눈발까지 날려 경치를 감상하기는커녕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들었다.
까마득한 발 밑은 희뿌옇게 윤곽만 보일 뿐, 눈이 위에서 내리는 것인지 아래에서 솟구치는 것인지 분간할 수조차 없었다.
편하게 산을 오르려 철도를 놓은 사람들의 잔꾀를 꾸짖는 듯했다.
현지인의 말을 들어보니 그리 흔하지 않은 푄 현상으로 기상이 악화되었단다.
스키는 탈 엄두도 못내고 실망감만 가득한 채 발길을 아래로 돌렸다.
눈발은 갈수록 거칠어졌다.
다음날.
날씨 걱정을 하며 그린델발트행 기차를 탔다.
모두들 탄성을 지르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탐스러운 눈꽃을 피운 나무와 두텁게 쌓인 눈 사이로 슬며시 보이는 산간마을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첫날의 실망감이 감동을 더해준 것일까.
휘르스트를 향하는 곤돌라 안에서도 '오늘은 스키를 타겠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스키를 타기에는 여전히 힘겨웠다.
안개인지 구름인지 1m 앞도 보이지 않았다.
능숙한 스키어들이 내달린 흔적을 쫓아야만 했다.
좁은 슬로프 바깥 쪽은 낭떠러지로 위험스러워 보였다.
날씨와 슬로프에 적응하며 스키의 속도를 내려는데 거짓말처럼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찬란한 햇살을 반사하는 알프스의 설경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래서 사람들이 알프스를 찾는구나!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법.
리프트를 타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할 필요가 없고, 하염없이 긴 슬로프는 몸을 빨리 지치게 하지만, 여기서 스키를 멈춘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다.
스위스 융프라우는 익숙한 관광명소다.
융프라우 여행의 기점인 인터라켄이 2개의 거대한 빙하호수 사이에 있다든지, 톱니레일 산악열차를 타고 융프라우요흐역에 오르면 만년설을 조각해 만든 얼음궁전과 천문대 겸 관망대인 스핑크스 테라스에서 알프스의 파노라마를 즐길 수 있다는 점 등은 너무 많이 알려져 있다.
이름 있는 곳을 휘휘 둘러보는 것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레포츠까지 겸해보면 어떨까.
겨울의 융프라우는 아름답고 거대한 스키지역으로 45개 이상의 케이블카와 리프트,2백13km의 다운힐 스키 슬로프, 50km의 눈썰매, 30km의 크로스 컨트리 코스 등 규모와 시설 면에서 세계적이다.
거대한 봉우리들 사이로 자연스레 생겨난 거미줄 같은 슬로프와 변화무쌍한 기상 조건이 일반 스키어들에게는 다소 버거울 수도 있지만, 그게 바로 알프스에서 스키를 타는 매력.실시간으로 슬로프 상태를 표시해주는 안내판을 체크하고 난이도를 표시하는 사인과 이정표만 숙지하면 안전하게 스키의 쾌감을 만끽할 수 있다.
긴 슬로프들은 때로는 급격한 경사가 나타나지만 폭이 함께 넓어지므로 사선으로 돌아나가면 넘어지지 않고 다이내믹한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상급자가 아니라면 동쪽의 휘르스트 지역을 추천할 만하다.
하늘 아래 첫 마을이란 뜻의 휘르스트는 그린델발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30분 정도 올라간다.
해발 2천3백m의 고원지대에 온종일 햇볕이 쏟아지는 양지바른 휘르스트 스노파크는 완만하게 펼쳐진 슬로프들이 많아 초ㆍ중급 스키어나 가족 스키어들이 타기에 안성맞춤이다.
상급 스키어라면 리프트를 타고 오베르요흐(해발 2천5백1m)까지 더 오른 다음 출발했던 그린델발트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
곳곳에 펼쳐져 있는 전인미답의 코스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서쪽의 쉴트호른은 산 정상에 멋진 전망대가 있다.
이 지역은 고난이도의 급커브가 많아 프로급의 상급자만이 도전장을 내밀수 있다.
월드컵 스키대회가 열리는 라우버호른과 멘리헨의 크루즈 스킹 코스도 높은 실력이 필요하다.
스키를 못타는 사람이라면 하이킹이나 눈썰매를 추천한다.
반대편 그린델발트의 아랫마을 그룬트에서 케이블카를 타면 맨리헨(해발 2천2백69m)으로 가는데, 여기서 클라이네샤이데크까지 80분 정도의 하이킹 코스가 있다.
경사가 완만하면서도 아이거~묀히~융프라우 세 영봉들이 펼치는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레포츠를 즐기려면 스포츠 패스를 구입해야 한다.
스포츠 패스는 지역 열차까지 이용할 수 있다.
리프트와 곤돌라를 이용할 때도 꺼내들지 않아도 되는 전자키카드 방식이어서 편하다.
렌털숍도 네트워크화돼 있어 자신이 편한 곳에서 빌리고 바꾸거나 반납할 수 있다.
스키 후에는 빙하바와 댄스클럽, 레스토랑에서 술과 음식부터 디스코까지 다양하게 즐길수 있다.
스키 시즌은 눈이 녹기 시작하는 4월까지이지만 그 후로도 빙하스키나 허스키견이 끄는 눈썰매를 탈 수 있다.
숙소를 인터라켄에 잡았다면 저녁에 카지노쿠잘 레스토랑에서 전통공연 등을 보면서 스위스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슬로프와 가까운 그린델발트에서라면 스포츠센터에서 수영이나 사우나 등을 즐길 수도 있다.
다민족 국가이며 세계적 관광지인 만큼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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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프라우 전역에 걸쳐 사용할 수 있는 스포츠 패스는 어른 2일권이 1백18프랑이다.
범위를 줄이거나 유효기간을 늘릴수록 저렴해진다.
사전에 적절한 계획을 세워 불필요한 경비를 줄이도록 하자.
스위스관광청은 에어프랑스 및 여행사와 함께 인터라켄을 중심으로 하는 스위스 스키 상품들을 내놓았다.
스포츠 패스와 스키장비 렌털 할인권 등도 제공되며 원할 경우 추가 비용으로 연장체류도 가능하다.
인터라켄에서 출발해 융프라우요흐까지 왕복하는 철도요금은 1백67.80프랑.
유레일패스 구입여행객들은 25% 할인된다.
동신항운(02-756-7560)에서 발행하는 할인쿠폰을 이용하면 30% 할인된 1백20프랑에 이용할 수 있다.
전화로도 신청할 수 있고 홈페이지에서 쿠폰을 프린트할 수 있다.
이 쿠폰을 가져가면 그린델발트~휘르스트 왕복철도를 36프랑(정상요금 49프랑)에 이용할 수 있다.
호텔, 레포츠, 쇼핑, 할인권 등도 준다.
한성호 기자 sung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