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분양가 30%인하 가능한가..김상철 <건설부동산부 부장>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아파트 분양가 거품빼기 운동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찬반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적어도 사이버공간에서 만큼은 여론의 무게추가 시민단체 주장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이다. 건설교통부까지 분양원가 공개는 절대 불가하다는 그동안의 입장을 접고 공공택지의 원가를 공개키로 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시민단체의 압력을 내심 지지하는 기류까지 느껴진다. 주택업계는 사면초가(四面楚歌)다. 시민단체들은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분양원가 공개 요구에 그치지 않고 분양가 30% 인하라는 구체적 수치까지 제시하고 있다. 지금의 아파트 분양가에는 30%이상의 거품이 끼어 있으니 그만큼 값을 내리라는 요구다.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30% 거품론'은 서울시 도시개발공사가 밝힌 상암지구 아파트 원가를 근거로 삼은 것같다. 상암지구 아파트 분양원가에 포함된 40%의 수익 가운데 제조업 평균 수익률 10%를 뺀 나머지 30%는 거품이라는 계산이다. 그렇다면 시민단체 주장대로 최근 공급되고 있는 아파트에는 30%의 분양가 거품이 존재하는 것일까. 따라서 거품 만큼의 분양가 인하는 가능한 것인가. 쉽지 않은 질문이다. 지역과 공급업체에 따라 수익률이 다를 수밖에 없고 주택건설업 속성상 밝힐 수 없는 비용도 상당하다. 문제는 최근 2년여 동안 분양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점이다. 지난 98년4월 분양가 자율화 이후 거의 6년만에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분양가는 2배 수준으로 뛰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원가와 관련 없이 주변시세에 분양가를 연동하는 가격 산정방식이 업계 대세로 굳어졌다. 하루가 다르게 뛰는 집값에 비례해 분양가도 고공행진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다. 일부 업체들은 시장 상황에 따라 최종 분양가를 수시로 수정하는 약삭빠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용인 동백지구에서는 하룻밤 사이에 평당 분양가가 50만원이나 조정되기도 했다. '고무줄 분양가'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원가가 고정된 상태에서 분양가만 오르다보니 '갑절 장사'를 했다는 말이 업계에 공공연히 나돌기도 했다. 지난 2002년 용인 죽전지구에서 아파트를 공급한 한 대형업체 관계자는 "원가는 분양가의 절반 수준"이라고 실토하기도 했다. 건교부도 지난 2002년 8월께 용인 등 수도권 인기 지역에서 공급된 아파트의 분양가에 30-40%의 거품이 끼어있다는 자료를 내놨었다. 주택사업자들 스스로도 "너무 심했다"고 비판할 정도로 분양가 부풀리기는 도를 넘어섰던게 사실이다. 물론 이 같은 정황과 사례만을 근거로 분양가에 적어도 30% 이상의 거품이 끼었다고 단정짓기는 무리다. 그러나 주택업계의 무분별한 가격 올리기가 분양가 거품빼기 운동을 자초했다는 지적은 부인하기 어렵다. 시장경제 원리와 배치되는 주장이라느니,주택공급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느니,품질저하를 초래한다느니 등 나름의 방어논리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시민단체의 압박에 밀리고 있는 것도 이같은 업계의 전과 때문일 것이다. 과다한 분양가 올리기가 실수요자를 분양시장에서 몰아내 결국 시장을 침체시켰다는 업계 관계자의 자기비판도 되새겨 볼 대목이다. '30% 거품론'대한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아파트 분양가는 이제 소비자들의 불신의 대상이 돼버렸다. 정확한 원가에 적정한 수익을 더한 '정직한 분양가'로 소비자의 신뢰를 되찾는게 주택시장 정상화의 선결조건이 돼버렸다.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