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백반증 : 희끗 희끗…남들이 볼까 두려워요

주부 J씨는 두살된 딸을 목욕시키다가 딸의 가슴에 퍼진 흰 점을 보고 걱정에 빠졌다. 백반증임을 직감한 J씨는 몇개월 동안 이런저런 민간요법을 써봤지만 별 반응이 없자 피부과를 찾았다. 그는 꾸준히 관리를 하면 치료 가능성이 높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일단 안도하고 있다. 백반증을 치료하고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2∼3개월에서 몇년이 걸린다. 그만큼 치료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환자와 가족 그리고 의사 간에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백반증의 원인과 치료법 등을 알아본다. ◆ 멜라닌 세포 결핍이 원인 백반증(백납)이란 피부에 있는 멜라닌 세포라는 색소 세포가 파괴되고, 그 결과 멜라닌 색소가 부족해 여러 가지 크기와 형태로 흰색 반점이 피부에 생기는 병이다. 세계적으로 인구의 약 1%에서 나타나는 흔한 질환이며 인종이나 지역에 따른 차이는 없다. 백반증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백반증 부위엔 정상 피부와는 달리 멜라닌 세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또한 백반증은 스트레스, 면역체계 이상, 정신적인 충격, 일광화상, 사고나 수술 등 물리적 외상, 임신, 내부장기 이상이나 기타 질병 등으로 인해 생기는 경우도 많이 보고돼 있다. 백반증의 원인에는 현재까지 세가지의 이론이 있다. 첫째는 면역기능이 자신의 색소 세포를 이물질로 잘못 인식하고 파괴시킨다는 자가 면역설, 둘째는 비정상적인 기능을 가진 신경세포가 화학물질을 분비해 주변의 색소세포에 손상을 입힌다는 신경 체액설, 셋째는 멜라닌 세포가 스스로 파괴돼 백반증이 생긴다는 멜라닌 세포 자가 파괴설이다. 그러나 의료분야 연구를 선도하는 미국과 유럽이 이 병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아 병의 원인을 정확히 밝혀내기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원래 피부가 하얗기 때문에 백반증이 발생해도 피부색에 차이가 없어 이 분야에 관심을 덜 갖고 있다. 백반증은 유전의 영향이 크다. 백반증이 있는 가족은 그렇지 않은 가족에 비해 발병 위험도가 4.5배나 된다. ◆ 전염성은 없다 신체의 어느 부위에나 백반증이 생길 수 있지만 얼굴과 눈 코와 같은 노출 부위, 성기 주위, 접히는 부위, 화상 등으로 인한 상처부위 등에 잘 생긴다. 머리나 음부 등 모발이 있는 부위에 생길 때는 모발도 함께 하얗게 된다. 백반증에 걸리면 보기가 흉해진다. 그러나 전신(全身) 건강에 특별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또 전염성이 없으므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도 주지 않는다. 피부가 희어지는 질환은 백반증 뿐만 아니라 다른 질환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다. 피부에 반점이 생긴다고 무조건 백반증으로 자가 진단하거나 백반증을 한센씨병(나병)으로 오해해 나환자촌을 찾는 잘못을 저지르기도 한다. 따라서 특정 부위의 피부가 갑자기 하얗게 되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백반증은 대부분(95% 가량)의 경우 눈으로 쉽게 진단할 수 있다. 판단이 어려울 때는 우드등(Wood's light) 검사를 한다. 어두운 암실에서 푸른 광선이 나오는 램프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이 검사로 현재의 백반증 상태와 앞으로 백반증이 어느 곳에 새로 생길 수 있는지를 어느정도 가늠할 수 있다. 또 드물기는 하지만 정상 피부보다 색깔이 흰 곳을 조직 검사하거나 혈액검사를 해야 할 경우도 있다. 백반증이 아닌 다른 질병에 의해 백반증과 비슷한 피부 반점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인내를 가지고 꾸준히 치료해야 백반증 치료는 쉽지 않다. 우선 멜라닌 세포의 성장과 분화가 매우 느리다는 점이다. 멜라닌 세포는 어른 피부 중 전체 상피층 세포의 3∼5%를 차지한다. 백반증은 멜라닌 색소가 없거나 적어지면서 발생한다. 따라서 멜라닌 세포가 정상적으로 색소를 만들게 하면 백반증은 치료될 수 있다. 그러나 멜라닌 세포는 인간의 세포 가운데 가장 느리게 성장하고 분화하는 세포다. 이런 특성 때문에 백반증의 연구와 치료가 어렵다. 멜라닌 세포의 활동력도 치료에 영향을 미친다. 피부색은 멜라닌 세포의 수가 많고 적은 것보다는 세포의 활동력에 의해 걸정된다. 흑인과 백인의 피부색 차이는 멜라닌 세포 수 때문이 아니라 멜라닌 세포가 얼마나 많이 색소를 만들어 내느냐의 차이인 것과 같다. 실제로 백인과 흑인의 피부 속의 멜라닌 세포수는 같다. 백반증 치료의 첫번째 조건은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다. 불치의 병으로 여겨 쉽게 치료를 포기하거나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이곳저곳 병원을 옮겨다니거나, 민간요법 혹은 약국 등에서 부적절한 치료를 하면 치료가 더욱 어려워진다. 그러나 정확한 진단에 의해 적절히 치료를 받는다면 어렵지만 완치도 가능하며 재발도 막을 수 있다. [ 도움말 = 이선동 상지대한의대 교수, 이길영 경희대 한방병원 안이비인후피부과 교수, 류지호 아름다운나라 피부과 성형외과 원장, 이유득 강남 이지함 피부과 원장 ]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