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철강업체 속탄다..원자재 가격급등 따라 원가 상승 압박 시달려

유화 및 철강업체들이 수출가격과 내수가격의 역전현상으로 고민에 빠졌다. 유화 및 철강업체들은 수출가격이 내수가격을 웃돌고 있지만 국내 수요업체들의 주문을 맞추기도 빠듯해 좀처럼 수출을 확대할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상승압박을 완충할 길이 없어 애를 먹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밀도폴리에틸렌(HDPE)의 중국 도착분 기준 수출가격이 2월 현재 t당 9백10달러까지 껑충 뛰었다. 이는 작년 6월의 6백달러에 비해 7개월 새 51.7%나 오른 수준이다. 반면 HDPE 내수가격은 6백53달러에서 약 8백50달러로 30.2% 올랐다. 폴리프로필렌(PP)의 경우에도 중국의 수요 폭증과 일부 해외 공장의 가동중단 등에 따른 수급불균형으로 올들어 수출가격이 내수가격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유화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기술서비스(TS)료가 포함된 내수가격이 수출가격보다 통상 10만원 정도 높게 형성돼 왔다"면서 "원자재가격의 고공행진과 부진한 내수경기가 겹쳐 이 같은 기현상을 낳고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또 "최근 국제시세를 감안할 경우 대부분 유화제품의 국내 판매가격을 t당 1백5만∼1백10만원까지 올려야 하지만 영세 가공업체들의 원가부담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화업계는 가격반영이 늦은 내수보다는 수출 확대에 나서고 있으나 국내 업체의 요청으로 국내 공급물량을 줄일 수 없는 형편이다. 철강산업에서는 포스코가 중국에 수출하는 열연제품의 경우 2002년 이후 수출가격(운임·보험료 포함가격 기준)이 내수판매가격을 꾸준히 웃돌고 있다. 최근 원자재난이 심화되면서 수출가격이 t당 30달러 정도 높아졌다. 국내에 우선 공급하고 비수기인 동절기에만 수출하는 철근의 경우도 올해 세계적 원자재 파동과 겹쳐 수출값이 국내가격보다 높게 형성되고 있다. 대형 철근업체인 INI스틸의 경우 고장력 10mm 철근의 국내 판매가격(실수요 어음가 기준)은 t당 45만5천원,중국 수출가격은 4백달러(원달러환율 달러당 1천1백60원 적용시 46만5천원)로 수출가가 내수가보다 1만원 비싸다. 그러나 포스코 INI스틸 등은 국내 산업을 위해 내수시장에 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있다며 그만큼 원가부담이 크다고 호소하고 있다. 포스코는 이날 후판 제품의 올해 국내 공급량을 당초 계획보다 29만t 늘리고 포스틸을 통해 10만t을 수입하는 등 내수 공급을 확대키로 했다고 밝혔다. 당연히 수출물량은 당초 34만t에서 30만t으로 줄어들게 됐다. 김병일·정태웅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