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생활속으로] OB맥주 마케팅팀과장 허수경씨 가족의 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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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서울 서초동 OB맥주 1층 요가실.
OB맥주 마케팅팀 과장으로 근무하는 허수경씨(33)가족이 즐겁게 요가를 하고 있었다.
허씨는 남편 문준열씨(39ㆍ인사이트 대표) 아들 종현군(5)과 함께 회사에서 제공하는 요가프로그램을 따라하는 요가가족.
아이는 매트에서 뒹구는 것이 재미있는 듯 '운동반 놀이반'으로 엄마 아빠를 따라온다.
요가를 시작한지 1시간 가량이 지나자 허씨 부부는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직 초보자인 탓에 다소 힘들어 보이긴 했지만 부부의 모습은 정겨움 그 자체였다.
잠시 쉬는 틈을 타서야 말을 건넬 수 있었다.
"가족이 모두 요가를 하는게 쉽지 않을 텐데 언제부터 시작했느냐"는 물음에 허씨는 "한 달 정도 됐다"면서 "요즘은 어느 정도 적응이 돼 제법 따라 하는 편"이라며 웃었다.
허씨는 "남들이 우리가족을 웰빙가족이라고 부른다"면서 "처음엔 웰빙이라는 말이 왠지 사치스럽게 들렸는데 지금은 별다른 거부감 없이 좋은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웰빙이라는 말이 편하게만 살려는 세태를 의미하는 것 같아 거부감이 있었지만 요즘은 긍정적인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인다는게 허씨의 부연설명이었다.
허씨는 웰빙은 마음의 안정과 건강을 중시하는 삶의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정신적인 평온과 만족, 자연스러운 삶을 추구하는 것이 웰빙의 본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웰빙족' 내지 '웰빙가족'이란 표현은 칭찬이라고 말했다.
허씨는 웰빙적인 삶을 가능케 하는 것은 평소 생활과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생활측면에서 허씨 가족은 음식을 중시한다.
가족의 건강을 위해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한다.
허씨가 식탁에 올리는 김치만도 5가지에 달할 정도다.
파 양파 도라지 더덕도 자주 올라오는 메뉴.
물론 양념없이 생식한다.
쌀도 가능하면 유기농 쌀을 선호한다.
디저트도 유기농 과일과 옥수수 고구마를 먹는다.
이러다 보니 아들도 햄버거나 피자 치킨 같은 패스트푸드를 거의 먹지 않는다.
아빠 엄마 덕에 본의 아니게 채식주의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아이다.
문씨도 허씨 못지않은 웰빙주의자다.
리서치·컨설팅회사인 '인사이트'를 운영하는 문씨는 바쁜 현대인들이 웰빙적인 삶을 추구하기란 쉽지 않지만 스스로 애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씨는 돈을 펑펑 쓰는게 웰빙이 아니라 같은 돈과 여유를 남보다 더 잘 활용하는 것이 웰빙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저는 여름휴가 때면 사람들이 안가는 계곡을 찾아 그늘에 자리를 깔고 누워 시간을 보냅니다. 휴가랍시고 사람이 붐비는 데 간다면 전혀 웰빙적인 휴가가 아니지요."
그의 웰빙적 휴가의 한 단면이다.
요가는 허씨 부부에게 건강을 주는 핵심 프로그램이다.
허씨는 "배운지 1개월여밖에 안됐지만 한 달새 군살이 쏙 빠져 기분이 좋다"며 쌩긋 웃었다.
남편도 허씨를 따라 요가에 재미를 들여가고 있다.
문씨는 이번 기회에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에 요가반을 만들어 직원들과 함께 해볼 생각을 하고 있다.
"그렇게 하면 웰빙CEO란 얘기를 듣지 않을까요."
문씨는 "일요일 집에서 잠만 잔다든지 일을 핑계로 저녁 술자리를 좇아다니는 사람보다 하루에 30분이라도 자신을 위해 운동하는 부하직원이 더 좋아보인다"며 생활속의 웰빙을 중시한다.
허씨 부부는 또 와인 애호가다.
주말 저녁이면 아로마 향이 나는 촛불을 켜놓고 와인을 마시며 오붓한 시간을 보낸다.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것일 뿐 돈은 얼마 들지 않는단다.
주말 나들이도 굳이 멀리 가지 않는다.
시간이 모자라면 남산이나 덕수궁, 예술의전당 뒷산 등을 찾을 때가 많다.
평창동의 그림같은 집들을 구경하는 것도 그들만의 휴일 보내기 방식이다.
꼭 필요한 곳에는 돈을 쓰되 옷이나 외식 등 겉치레에는 지갑을 닫는 '알뜰 웰빙가족'의 모범인 셈이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