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의 '골프와 경영'] 골프장 안식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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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북쪽에 위치한 N골프장은 40년의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수목이 울창해졌고 봄철에는 벚꽃이 장관을 이룬다.
코스도 좋고 최근에는 전동차를 도입했으며 서비스도 좋아졌다.
이 골프장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벚꽃에 도취돼 몇 번홀의 벚나무 밑에서 라운드를 중단하고 술을 마시고 갔다는 얘기도 전해져 온다.
여러가지 면에서 명문 골프장으로 불러야 할 이 골프장에도 약점이 있다.
회원수가 너무 많은 것이다.
18홀에 회원이 1천4백명이 넘는다.
그러다 보니 부킹이 어려운 건 당연한 일이다.
이처럼 구조적으로 부킹이 어려운 골프장은 수없이 많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R골프장,그리고 경기도 용인에 있는 P골프장도 36홀에 회원수가 3천명이 넘는다.
이쯤 되면 회원은 불만을 터뜨리다가 결국은 지친 사람부터 떠나가게 된다.
이런 골프장일수록 부킹질서도 어지러워질 수밖에 없다.
어떤 골프장에서는 회원이 부킹이 안 되자 힘 있는 비회원에게 부탁했더니 성사가 됐다는 일화도 있다.
이쯤 되면 회원권 가격도 오를 수가 없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회원수는 줄이지 않고 회원들이 부킹을 마음대로 하면서 명문 골프장처럼 서비스를 받을 수는 없을까?
이것은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즉 뉴패러다임이 있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홀짝 회원제'나 '3년차 회원제'등 골프장 안식년제를 도입해 보면 어떨까?
홀짝제는 한해는 회원의 권리를 포기하는 대신 한해는 철저하게 회원의 권리를 누리는 방식이다.
3년차 회원제란 아예 2년은 회원의 부킹권리를 포기하는 대신 3년마다 제대로 된 권리를 찾는 것이다.
휴식회원은 회원들이 사용하고 남은 잔여 시간을 활용할 수도 있다.
요즘 유한킴벌리가 '4조3교대'를 도입해 큰 경영성과를 내고 있어 화제다.
기존의 3개조 편성을 4개조로 늘려 3개조가 일일 8시간 교대로 근무하고 나머지 한조는 휴무하는 방식이다.
3조3교대에 비해 고용인력이 33% 늘어나 일자리 나누기가 가능해졌으며 근로자들은 생산성이 높아지고 공장도 풀가동되고 있다.
회원수가 많아 고전하고 있는 우리나라 골프장들은 과감하게 패러다임을 바꿔보면 어떨까?
매년 이 눈치 저 눈치 보면서 부킹에 신경 쓰는 것보다는 2년이나 3년에 한번이라도 당당하게 대우받는 게 낫지 않을까?
경영컨설턴트·경영학박사 yoonek18@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