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사교육비 경감책

정부가 연간 13조원의 사교육비를 줄이고 학교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골자는 EBS 수능방송을 비롯한 'e학습(e-learning) 체제 구축' 및 '방과후 수준별 보충학습' 실시다.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 강화로 학원 수업과 과외를 막아보겠다는 발상인 셈이다. 'e학습'체제란 EBS채널 하나를 수능 전문채널로 특화한 뒤 24시간 방송하고,이를 상·중·하로 세분해 EBS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에듀넷 등에서 제공한다는 것이다. 프로그램 제작시 수능시험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협조,방송내용이 수능문제 모델이 되게 한다는 방안도 포함됐다. '방과후 수준별 보충학습'은 현재 학원 등에서 이뤄지는 교과 과외를 학교로 끌어들이기 위해 학력차를 감안한 수준별 학습과 자율학습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지도하고 필요한 경우 외부강사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두 가지 모두 일단 입시 위주의 현 교육체제를 인정하고 가능한 범위 안에서 사교육비가 덜 들도록 함으로써 부모의 경제력 차이에 따른 입시불평등을 줄여보겠다는 데서 나온 방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느 것이든 학생 학부모 교사의 상호 이해와 협조,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신뢰 없이는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무엇보다 공교육 현장을 담당하는 일선교사의 호응과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한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 강화라는 목표는 헛것이 되기 쉽다. 보충학습과 자율학습이 성과를 거두려면 교사의 철저한 지도가 있어야 하는데 교사 중엔 입시교육 위주의 보충ㆍ자율학습에 반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고,실시하는 경우에도 교사들의 저녁시간 담보에 대한 실질적 보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남기 때문이다. '뭐니뭐니 해도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라고 하는 만큼 방송과 인터넷 강의를 확대하는 동시에 약속대로 수능출제와 연계시키고 교내 보충학습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하면 '입시학원이 집값을 높인 나라'라는 기막힌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 지 모른다. 그러자면 학생과 학부모가 믿게끔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학교장과 일선교사 학부모가 보충학습이나 자율학습 문제로 갈등을 빚지 않도록 지침과 보완책을 마련하는게 우선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