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도 기업生理 따라야 살아남는다" ‥ 어윤대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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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끝난 고려대 전체 교수세미나에서는 각 단과대학이 '2003학년도 목표대비 실적 및 분석'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지난해 2월 단과대에 대한 대폭적인 권한이양과 함께 전격적으로 도입된 '목표관리제(MBO)'에 따른 '성적표'였다.
각 학과장과 교수가 자발적으로 논문수, 연구비 수주 등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노력한 결과였다.
공과대학의 경우 교수 인당 평균 SCI(과학논문색인)급 논문은 2.59편에서 2.72편으로 늘어났다.
대학 전체로도 발전기금, 연구비 수주액이 크게 증가했다.
대학본부는 향후 각 단과대별 성적표에 따라 학장 연임 여부 등을 결정하고 예산배정도 차별화할 계획이다.
고려대가 기업처럼 바뀌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지난 20일 취임 1주년을 맞은 어윤대 총장이 있다.
어 총장은 "난 시장주의자다. 서비스산업인 교육산업은 곧 개방되는데 현재의 대학서비스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경쟁력 있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 기업처럼 바꿔야 한다."
사업부(단과대학) 경영만 바뀌고 있는 것이 아니다.
뛰어난 제품(학생)을 생산하기 위해 제품 생산과정(교육과정)도 획기적으로 변하고 있다.
고려대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3백여명의 기업 최고경영자와 인사담당자를 초청,고객(기업)의 요구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 결과 올해부터 '7+1' 학기제가 단과대별로 도입된다.
7학기는 학교에서 배우고 마지막 학기는 인턴제로 학점이수를 하는 제도이다.
또 '공학석사 + MBA(경영학 석사)' 프로그램을 도입, 올해 정보통신대와 공과대에서 각각 20명의 학생을 5년제 '공학 CEO 양성과정'으로 뽑았다.
이들은 5년간의 과정을 이수하면 두 가지 학위를 동시에 받게 된다.
기업인 겸임교수도 대폭 늘렸다.
교양과목도 확 바꿨다.
예를 들어 '한국적인' 교양영어를 없앴다.
외국어 과목은 모두 영어로 강의하는 식이다.
교육과정 만큼이나 평가과정도 변했다.
각 과목별 상대평가를 실시하며 영어, 한자 인증제를 도입해 졸업할 때 토플 5백50점 이상, 한자 1천8백자 수준을 패스해야 한다.
어 총장은 "대학에 들어오기만하면 졸업한다는 생각을 바꾸겠다"며 "상대평가제를 해서 학점이 나쁘면 졸업하지 못하도록 시스템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특히 학생들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영어를 모국어처럼 쓸 수 있도록 교육환경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내년에는 전체 강의의 3분의 1이 영어로 진행된다.
이를 위해 지난해 2학기 임용된 교수는 외국인 등 전원 영어로 강의할 수 있는 사람이 채용됐다.
올해 신입생은 5과목 이상 영어 강의를 들어야 한다.
또 캐다나 UBC, 호주 그리피스, 미국 UC데이비스, 일본 와세다대학 등과 협약을 맺어 총 4백20명의 학생을 파견한다.
올 여름에는 해외 유명 교수 30여명을 초빙해 'KU인터내셔널 서머 캠퍼스'도 열 계획이다.
"지난 1백년간 고려대를 대표해온 '민족'이라는 타이틀을 이젠 '세계'로 바꾸겠다"며 "고대 출신이 제너럴모터스, 소니 등 세계 어디에 가든 좋은 평가를 받게 하겠다"고 어 총장은 다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