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재닛 로빈슨

미국의 뉴욕 타임스사가 창립 1백53년 만에 여성 CEO를 택했다는 소식이다. 연말에 퇴임하는 러셀 루이스 사장 후임으로 재닛 로빈슨 수석부사장을 임명했다는 것이다. 로빈슨은 1950년 6월생으로 대학 졸업 후 11년간 교사로 일하다 33살에 전업,20년간 신문·잡지의 광고·마케팅을 담당해온 영업통이다. 83년 뉴욕 타임스사 계열 테니스잡지 광고담당으로 출발한 뒤 93년 뉴욕 타임스(NYT) 광고를 맡아 2년간 매출을 1억달러 이상 올려 96년 NYT 영업담당 사장이 됐고 2001년 뉴욕 타임스사 수석부사장으로 승진,NYT IHT(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등 19개 신문 영업을 총괄해왔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이보다 앞선 2002년 7월 카렌 엘리어트 하우스 국제담당 사장을 발행인으로 임명했다. 하우스는 74년 WSJ에 입사한 후 84년 후세인 요르단 국왕 인터뷰로 퓰리처상을 받고 국제뉴스 편집장,국제담당 부사장 등을 두루 거치면서 기자와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모두 인정받은 여성 언론인.피터 칸 다우존스사 회장의 부인이지만 발행인 임명시 별 반발이 없었던 것도 탁월한 능력 때문이었다고 한다. 여성 CEO의 활약은 갈수록 늘어난다. 99년 휴렛팩커드에 입성한 뒤 기존 세력의 비난을 무릅쓰고 컴팩과의 합병을 성사시킨 칼리 피오리나 회장은 물론 인디라 누이 펩시콜라 사장도 피자헛 KFC 같은 외식업 부문을 정리하고 퀘이커오츠 트로피카나 등의 스낵업체 인수에 성공,주목받고 있다. 신문산업의 오늘은 어렵다. WSJ의 경우 경영실적 부진에 대한 주주들의 압박이 거세지자 여성인 하우스에게 발행인을 넘겼고,NYT 또한 표절·조작 사건으로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상태에서 지난해 8월 사상 처음 여성 편집국장인 질 에이브람슨을 임명한 데 이어 사장까지 여성을 뽑았다. 캐서린 그레이엄 전 워싱턴 포스트 회장은 일찍이 뚝심과 추진력으로 워터게이트 사건을 보도하고 인쇄노조원 파업을 극복한 끝에 워싱턴 포스트사를 굴지의 미디어제국으로 키웠다. 사장에 내정된 로빈슨의 일성은 "우리에겐 독자를 늘릴 방법을 개발할 기회가 있다"였다고 들린다. 언론사의 여성 CEO들이 신문산업을 어떻게 살려내 발전시킬지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