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사외이사비율 70%로 경영투명성 개선

SK(주)가 예상을 능가하는 새로운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고 오는 3월12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의 표대결에 배수진을 쳤다. SK(주)가 이날 내놓은 지배구조 개선안은 소버린이 제시한 것보다 선진적인 내용으로 평가되고 있는 데다 이사후보 역시 전문성을 갖춘 명망가를 내세워 다음달 주총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와 함께 손길승 회장, 황두열 부회장, 김창근 사장 등의 퇴진으로 최태원 회장의 입지가 더욱 강화돼 '대주주 오너십와 경영 투명성의 조화'라는 새로운 지배구조 개선 모델이 설득력을 얻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사외이사 비중 70% SK㈜가 제시한 사외이사 비중 70%는 대주주가 있는 국내 민간기업으로는 처음이다. 사외이사 비율이 50%를 넘는 국내 기업은 KT&G(77%) 국민은행(75%) KT(60%) 포스코(53%) 등 몇 군데에 불과하며 대부분 민영화된 기업이거나 특정 대주주가 없는 곳이다. SK㈜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는 미국 GE의 사외이사 비율도 65%다. 유정준 SK㈜ 전무는 "꼭 1년 전인 지난해 구속 당시 '대한민국 최고의 지배구조를 만들겠다'던 최태원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또 소버린이 내세운 이사후보들에 뒤지지 않는 명망가들을 이사후보로 내세웠다.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는 경제부총리 출신의 대표적 경제학자이며 오세종 전 장기신용은행장은 국민은행과의 통합을 이끌고 이사회 의장을 역임하는 등 독립적인 이사회 운영의 경험이 풍부하다는게 SK㈜측 설명이다. 또 김태유 전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은 에너지 전문가, 서윤석 이화여대 경영대학장은 회계학회 부회장을 지낸 회계전문가라는 점이 영입 배경이다. ◆ 최태원 중심의 세대교체 가속화 그룹의 대표적 원로인 손 회장과 황 부회장, 그리고 대선자금 사건에 깊숙이 연루된 김 사장 등의 퇴진이 결정됨에 따라 SK그룹은 오너인 최 회장을 중심으로 한 급속한 세대교체가 이뤄질 전망이다. 재계 3위의 SK그룹은 최종현 회장 사후 다른 그룹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파트너십'이라는 독특한 체제로 운영돼 왔으나 손 회장이 구속된 데다 이번에 SK㈜ 이사직도 사퇴하는 등 입지가 축소됨에 따라 최태원 회장 중심의 '오너 경영' 체제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원로급 경영진이 퇴진하고 최재원 SK텔레콤 부사장과 유정준 전무 등 최 회장 주변의 젊은층이 핵심 참모 역할을 하는 새로운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 소버린과 표대결 우위에 설듯 재계 관계자는 "SK㈜가 외국인과 소액주주 표심을 잡기 위해 획기적인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세움에 따라 다음달 주총에서 승리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현재 SK측은 최 회장과 SK 계열사, 우호적 기관투자가 등을 합쳐 38%의 우호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소버린측은 템플턴자산운용과 헤르메스기업연금운용 등 외국계 펀드를 포함해 20%대여서 일단 SK측이 유리한 상황이다. 이번에 소버린보다 더욱 앞선 개선안을 낸 것으로 평가되는 SK㈜가 40%대인 국내외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의 표를 얼마나 끌어모을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김병일ㆍ정태웅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