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황사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한반도는 황사공포에 떤다. 중국의 타클라마칸사막과 고비사막,바다인자란 사막 등지에서 발생한 엄청난 양의 미세한 모래먼지가 봄철 건조기에 우리나라로 날아들기 때문이다. 황사는 오랜 세월동안 지속되고 있는 자연현상이지만,중국지역의 사막화가 가속화되면서 그 빈도가 잦아지고 피해 또한 갈수록 광범위해 지금에 와서는 재난으로 치부되고 있다. 지난 2002년에는 황사 탓에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휴업령이 내려지고 이틀에 걸쳐 항공기 이·착륙이 금지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빚기도 했다. 호흡기질환 환자가 넘쳐났고 축산농가들은 구제역이 전파될까봐 한동안 불안에 시달렸다. 예년보다 한달이나 앞서 날아온 불청객 황사가 올 봄에는 사상 최악이 될 것이라는 소식이다. 이는 지난 달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기상·환경전문가들이 모여 각종 관측자료를 분석한 '황사국제워크숍'의 발표에 따른 것이다. 황사현상이 한번 발생하면 무려 1백만t 가량의 먼지가 떠오른다고 하는데 한반도에 내려앉는 양만도 4만6천∼8만6천t에 달해 피해정도를 가늠키 어려울 지경이다. 무엇보다 최근의 황사는 중국 공업지대의 카드뮴 납 등 중금속과 결합돼 인체에 미치는 해독이 커질 뿐만 아니라 농작물이나 활엽수의 생육에 결정적인 기공(氣孔)을 막아 경제적 손실 및 생태계변화를 초래하기도 한다. 정밀무기 작동에도 영향을 끼쳐 군에서는 비상점검반을 운용하기도 한다. 황사에 대한 기록은 우리 역사에도 자주 나온다. 신라 아달라왕과 백제 자비왕 시절 흙비인 우토(雨土)가 내렸다고 하며,고려 명종때에는 속리산 계곡의 물색깔이 핏빛과 같았다는 표현이 있다. 조선시대 문헌에도 우토로 인해 의복에 자국이 생겼다는 기록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예전과 달리 황사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지만 황사에 대한 뚜렷한 대책을 세울 수 없다는데 현실적인 고민이 있다. 사막지역에 방풍림을 조성하는 게 가장 좋은 방책이긴 하지만 광대한 지역에 이를 조성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서다. 아직은 황사예보기능을 강화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최선인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