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돈 강삼재씨에 직접줬다" ‥ 김기섭 전 안기부차장

안기부 예산을 여당의 선거자금으로 불법 지원한 이른바 '안풍(安風)사건' 주도자로 기소된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이 23일 "지원자금은 강삼재 당시 신한국당 사무총장에게 직접 전달했다"고 주장해 파장이 일고 있다. 이는 '청와대 집무실에서 당시 여당 총재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서 안풍자금을 직접 건네 받았다'는 강 의원의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으로,안풍사건이 YS와 무관하다는 취지여서 사건의 실체를 놓고 강 의원 측과의 법정공방이 가열될 전망이다. 김 전 차장은 이날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노영보 부장판사)에 제출한 3장짜리 자필 자술서에서 "당시 시내 모 호텔 지하주차장 등 3군데에서 강 의원과 단 둘이 만나 선거자금을 지원했다"고 진술했다. 김 전 차장은 진술서에서 "안기부 지출관을 시켜 1억원짜리 수표로 자금을 마련토록 했고 자금이 준비되면 강 의원을 만나 이를 전달했다"며 "어떤 경우에는 자금이 마련됐지만 (강 의원과) 연락이 닿지 않아 며칠 후 전달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강 의원에게 사전에 돈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뒤 자금을 지원했다"며 "이런 사실은 강 의원과 나 단 둘만 알고 있는 내용으로 김 전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한 적도 없다"고 말해 안풍자금이 YS를 통해 전달됐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김 전 차장은 자금의 출처가 YS 비자금이라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안기부 예산에서 나온 것이 맞으며 계좌추적을 통해 쉽게 드러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강 의원의 폭탄 진술 이후 추가수사를 고려해온 검찰은 "김 전 차장의 진술내용이 공소사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만큼 일단 오는 27일 공판을 지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