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 IMPACT] (1) '글로벌경쟁 막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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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권에 '글로벌 경쟁 시대'의 막이 올랐다.
세계 최대 종합금융그룹인 씨티그룹이 한미은행 인수를 통해 본격적인 한국시장 공략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들은 이제 안방에서 '세계 금융의 챔피언'과 맞붙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전자 등 제조업에 비해 국제경쟁력이 낙후된 것으로 지적돼 온 국내 금융산업은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에 내몰릴 전망이다.
◆ 안방에서의 글로벌 경쟁 =다른 산업과 달리 금융산업, 그 중에도 은행은 그 동안 '수입품'과의 경쟁에 관한 한 무풍지대였다.
물론 제일은행이 뉴브리지캐피털에 넘어가고 외환은행이 론스타펀드에 인수된 사례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들의 경우는 그저 외국계 자본의 유입일 뿐 '금융서비스의 수입'은 아니었다.
이에 비해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는 그 차원이 다르다.
씨티그룹의 자산규모는 1조2천억달러.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1천4백조원에 이른다.
이에 비해 국내 최대 금융사인 국민은행의 자산규모는 2백15조원으로 6분의 1에도 못미친다.
이런 외형상의 우위는 자금조달 비용에서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씨티그룹의 회사채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최우량 등급(AAA)으로 평가받는다.
"씨티은행은 국내 은행들보다 0.25∼0.70% 정도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게 한정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의 설명이다.
◆ 전선(戰線)은 따로 없다 =한미은행 인수를 총괄 지휘한 스티븐 롱 아태지역 기업투자금융 대표는 "미국을 제외하고는 한미은행이 세계 최대 규모의 씨티은행 프랜차이즈가 될 것"이라며 "이번 투자는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최대 규모의 투자"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씨티측의 '공격 경영'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그 전선도 어느 한두 분야에 그치지 않고 폭넓게 펼쳐질 전망이다.
현재 국내에서 영업 중인 씨티그룹의 자회사만도 씨티은행, 씨티글로벌마켓증권, 씨티파이낸셜, 씨티리스 등 4개나 된다.
이들 4개 금융사가 한미은행 지점(2백25개)을 활용, '교차 판매'에 나서면 시장을 급속히 잠식할 수 있다.
특히 주목되는 분야는 PB(프라이빗 뱅킹) 시장이다.
국내에 PB영업을 처음 도입하기도 한 씨티가 한미은행 영업망을 통해 PB시장을 본격 공략할 경우 예상되는 파괴력은 국내 은행들을 긴장시키고도 남는다.
◆ 국내 금융사, 경쟁전략은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들이 씨티그룹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대형화와 전문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희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 금융사들이 현재의 규모로 씨티그룹과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추가적인 인수ㆍ합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합병, 씨티그룹에 맞설 수 있는 글로벌 금융그룹을 형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이런 수세적 전략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국내 금융사들도 동남아, 중국 등 신흥시장의 은행을 인수, 글로벌 플레이어로의 도약을 꾀할 때가 됐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