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경제 위해 선거제도 바꿔야..李英善 <연세대 국제대학원장>

뉴욕에서 택시를 타면 기사들이 경제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서울에서 택시를 타면 기사들이 정치를 이야기한다. 태평성대를 구가하던 요순시대에는 임금이 있는지조차도 몰랐다는 데, 온 국민들이 정치만을 논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정녕 정치에 문제가 있는 것이 틀림없을 게다. 경제란 자기 이득을 위해 다른 사람과 재화와 서비스를 교환함으로써 활성화된다. 이때 상대방도 같이 이득을 보게 된다.상호 이득이 있을때 자발적 교환이 성립되고 아울러 경제가 확대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경제활동을 이루게 하는 질서와 환경은 정치가 만들어 준다. 만일 정치가 불안정하고 미래가 불확실하다면 경제활동이 활성화될 수 없다. 정치도 결국은 정치가들의 자기이득 추구를 위한 경쟁행위이다. 정치인들끼리의 경쟁을 규제하는 제도가 바로 정치제도이다. 이 정치제도가 바로 정치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규정돼 있어야 경제도 활성화될 것이다. 정치와 경제가 크게 다른 점의 하나는 경제는 경쟁과 교환을 통해 상호 이득을 보고 또 아울러 전체 경제도 혜택을 보게 되는데 비해,정치는 상호이득보다는 제로섬게임의 성격을 지닐 뿐 아니라,사회 일부 집단들만의 이득을 추구하기 쉽게 된다. 따라서 경제는 자유로운 경쟁체제를 보장해 주어야 하나,정치는 공공의 목적을 위해 경쟁체제를 공정하고 엄정히 규제할 필요가 있다. 안정되고 공정한 정치제도를 위해 우선 매년 우리 사회를 정치판으로 몰아넣는 선거의 주기를 개선해야 한다. 1년 전에 대통령 선거를 치른 우리는 올해 다시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내후년에는 다시 지자체장 선거를 치러야 한다. 5년 임기의 대통령, 4년 임기의 국회의원, 다시 4년 임기의 지자체장 선거를 산발적으로 시행하다 보니 거의 매년 전국적인 선거를 치르게 돼 온 사회가 정치 열병을 앓게 된다. 4년에 한 번 대선과 총선을 같이 치르고, 중간에 지자체장 선거를 치른다면 우리 경제는 정치적 불안정에서 오는 폐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2008년에는 현 대통령의 임기와 이제 새로이 선출될 국회의원의 임기가 같이 끝나게 돼 있어 일단 총선과 대선을 같이 시행할 수 있다. 이 시점을 기회로 앞으로는 대선과 총선을 계속 함께 치르도록 우리의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이 어떨까? 그러기 위해선 다음부터 선출되는 대통령 임기는 국회의원과 같이 4년이 돼야 한다. 물론 중임도 가능하게 해야 한다.지금 우리가 지니고 있는 5년 단임제는 장기독재정권의 부산물이며 대통령을 돌아가면서 하자는 것 이외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금껏 4명의 단임 대통령의 끝을 보아 오지 않았는가? 한결같이 자기 임기만 끝내면 된다는 식이었다. 그들에 대한 평가가 그 후의 정권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이를 대통령 무책임제라 하면 과한 것일까? 대통령에 선출된 후 4년을 잘해서 다시 4년에 도전할 수 있게 해야 정치를 잘할 인센티브가 있고 또 국민도 그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 기회가 되지 않겠는가? 그렇게 돼야 정당체제도 안정될 수 있을 것이다.선거마다 정당이 이합집산 하는데 국민들은 어떻게 정당을 평가하고,책임을 물을지 알 수가 없다.적어도 대통령이 중임을 할수 있어야 그 대통령을 만들어낸 정당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고 또 국민은 이 정당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최근 시민단체들이 정당을 옮겨 다닌 사람들을 공천에서 탈락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이런 문제는 제도로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한 정당의 정강정책을 가지고 국회의원에 당선됐다면 그 정당을 탈당했거나 그 정당이 해체됐다면 국회의원 자격은 박탈당해야 마땅할 것이다.국민들은 그 정당의 정강정책을 보고 그들을 선출한 것이 아닌가? 이제 정치가 정말 변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정치판은 사람 바꾸는 것이 정치를 바꾸는 일로 생각하는 듯하다. 물론 사람이 바뀌는 것도 정치에 변화를 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이기적 동물이다.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사람들은 제도에 적응하게 마련이다. 이제 국민들이 정치 제도를 바꾸어 줄 때다. 국민들이 정치 이야기 그만하고 경제 이야기 많이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yslee@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