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 원조' 엠피맨닷컴 잡아라 .. 법정싸움 해결 기대

MP3플레이어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기 상품으로 급부상하면서 이 오디오기기 제조회사들이 승승 장구하고 있다. MP3업계 대표주자인 레인콤의 경우,지난해 12월 코스닥에 등록되자 증시에서 일약 초우량주로 평가받았다.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들도 MP3사업 강화를 공언할 정도다. 이같이 각광받는 업계에서 요즘 'MP3플레이어 원조(元祖)'로 통하는 엠피맨닷컴을 둘러싸고 기업인수합병(M&A)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코스닥 등록으로 실탄(자금)이 든든해진 레인콤이 엠피맨닷컴에 대한 인수추진에 대해 굳이 부인하지 않는데다 후발 주자로서 다크호스인 서두인칩(코스닥기업)이 M&A 작업에 착수했다. 여기에 원조기업 엠피맨닷컴이 MP3플레이어 제조기술과 관련한 국내외 특허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M&A 경쟁이 갑자기 가열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레인콤처럼 잘나가는 회사들이 법정관리 회사인 엠피맨닷컴을 인수함으로써 특허소송 싸움을 일시에 종식시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엠피맨닷컴은 어떤 회사 엠피맨닷컴은 과거 새한그룹 계열의 새한정보시스템에서 분리된 벤처기업이다. 디지털 동영상압축기술인 MPEG를 활용해 세계 최초로 MP3플레이어를 선보였다. MP3플레이어 제조와 관련해 한국은 물론 미국과 중국에서 특허를 인정받았다. 문제는 MP3플레이어 원조회사이면서도 정작 업계에서 현재 '약자'로 전락해 있다는 것이다. 마케팅 및 디자인 등에서 밀려 영업 부진을 면치 못한데다 지나친 연구개발비 투자로 결국 지난해 7월 부도를 낸 후 현재 법정관리 중이다. 엠피맨닷컴은 후발 MP3플레이어 업체들에 특허권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상대 기업이 특허무효심판 등을 제기하며 반발해 아직도 확실하게 결판이 나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선 소송이 여러 회사를 돌아가면서 지리하게 이어짐에 따라 '엠피맨닷컴이 영업에서 밀린 후 특허침해 소송에 사운을 걸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인수 경쟁 레인콤은 엠피맨닷컴 인수에 대해 적극적으로 달려들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다. 부채만 1백억원 정도인 회사에 큰 메리트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레인콤은 M&A중개회사에 엠피맨닷컴 인수의향서를 은밀히 제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희양 레인콤 전략기획팀 부장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지난해 엠피맨닷컴의 회계자료를 구해 검토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업계에서는 엠피맨닷컴의 특허 소송에 시달려온 레인콤이 엠피맨닷컴을 인수하는 방법으로 아예 '소송의 뿌리'를 제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레인콤은 지난해 코스닥 심사과정에서 엠피맨닷컴의 소송건으로 인해 여러차례 탈락한 전력을 갖고 있다. 소송 대비책으로 50억원의 보험증권에 가입한 사실을 코스닥위원회에 확인시킨 후에야 등록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서두인칩은 엠피맨닷컴에 직접 인수제안서를 넣었다. 서두인칩 관계자는 "엠피맨닷컴이 특허를 갖고 있으며 이 회사가 외국 기업에 넘어가면 문제가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 기업으로 자금력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서두인칩은 주문형 반도체를 생산하는 업체다. 지난해 12월 MP3업체인 넥스트웨이를 인수해 후발주자로 이 업계에 뛰어들었다. ◆제3인수세력도 부상 중 이처럼 인수 희망 기업이 거론되자 디지탈웨이 거원시스템 현원 등 다른 MP3업체들도 공동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들 기업의 모임인 포터블오디오기기협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관측만 하고 있지만 중국 기업이 엠피맨닷컴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소문도 있어 대응책을 구상 중"이라고 전했다. 엠피맨닷컴의 국내외 특허로 인해 이 MP3 원조회사의 M&A 향방에 MP3업계 내 거의 모든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형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법적인 결론이 나지 않아서 단언할 수는 없지만 엠피맨닷컴 인수는 특허권 향방과 관련해 MP3업계의 국내외 시장 구도를 단번에 바꿔놓을 수 있는 변수"라고 지적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