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기업메세나

포스코센터 로비에서 매달 열리는 콘서트는 청중들로 붐빈다. 수준높은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999년 밀레니엄 제야음악회로 시작된 이 콘서트는 제철회사의 딱딱한 '철강 이미지'를 불식하고 부드러운 문화기업으로의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화예술활동을 지원하는 기업의 메세나(Mecenat) 운동이 가져온 성과다. 현대자동차 사옥의 공연장과 한전의 아츠풀센터,역삼동의 LG아트센터도 공연 공간을 제공하면서 고객은 물론 지역주민과의 유대가 크게 강화됐다고 한다.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이라는 측면에서 전개되는 메세나 활동이 이제는 기업 및 브랜드의 이미지를 높이는 주요한 마케팅 수단으로까지 활용되고 있다. 프로야구단이나 축구단을 운영하는 스포츠마케팅 일변도에서 벗어나 점차 문화예술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의 메세나 활동은 그리 오래지 않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공익부문에 한정적으로 지원을 해온 메세나 운동은 10년전인 1994년 2월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가 창립되면서 본격화됐다. 올해로 10년을 맞았는데 앞으로는 더 많은 기업을 참여시켜 문화소외층에 기쁨을 안겨주는 '찾아가는 메세나'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한다. 역사가 오래된 유럽이나 미국의 기업들이 메세나에 쏟는 관심은 대단하다. 프랑스의 보험그룹 GAN은 영화재단을 만들어 신인발굴 등 영화진흥사업에 발벗고 나섰으며,독일 바이엘사는 본사가 있는 레버쿠젠에서 음악회 무용 전시회 등을 수시로 개최하고 있다. IBM은 박물관 도서관 문화관련단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회사로 유명하며,카네기재단이나 록펠러재단은 메세나의 전형이라 할 만하다. 최근에는 대륙별로 기업간 협의체를 구성해 체계적이고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기까지 하다. 아직 국내의 메세나 활동은 미미한 형편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여가고 메세나를 마케팅 활동으로까지 인식하고 있어 기업메세나에 대한 전망은 밝은 편이다. 기업과 문화예술의 만남은 상호 시너지를 높이는 윈-윈전략이기도 해 더욱 기대를 모은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