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 IMPACT] (3ㆍ끝) '국내은행의 경쟁전략'

'K뱅크' 서비스 출범식이 열린 서울 하얏트호텔 1층. 공식행사를 끝낸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기자석을 찾아와 예상외의 발언을 했다. "한투증권과 대투증권 중 하나를 인수하겠다"는 것. 평소 "씨티은행의 한국시장 공략 확대는 국민은행에 커다란 위협"이라고 말해온 김 행장이 '세계 금융의 챔피언(씨티그룹)'과 맞서기 위해 '증권사 인수를 통한 자산운용 강화'라는 카드를 집어든 셈이다. 국민은행의 이같은 선택은 국내 금융권에 이미 '제3차 빅뱅'이 시작됐음을 말해주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 커져야 산다 =이덕훈 우리은행장은 "씨티은행과 경쟁하려면 덩치를 키울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 제일, 외환은행 인수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가 국내 금융사간 M&A(인수합병)를 활성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셈이다. 금융계에 매물로 나와 있거나 나올 금융사는 9개 정도다. 은행권에선 우리금융지주(지분 86.7%)와 제일은행(뉴브리지지분 48.6%)이 올해 안에 새주인을 맞을 전망이다. 외환은행의 론스타지분(51%)도 내년 10월 이후 언제든 팔릴 수 있다. 은행 인수전에는 스탠다드차타드, HSBC 등 외국계 은행들이 적극 뛰어들 태세다. 증권업계에선 한투증권, 대투증권, LG투자증권, 대우증권 등이 매각 대상이다. 국민은행, 미래에셋, 동원증권, 하나은행, 우리금융지주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이 떠맡고 있는 LG카드도 정상화 기미만 보인다면 언제든 금융사들의 '인수 표적'이 될 수 있다. 리치몬드 금융컨설팅(미국)의 지아칼론 사장은 "외국인들이 봤을 때 한국카드사의 인수가격은 상당히 싸다"며 "외국 금융사들이 한국 카드사 인수전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 차별화, 전문화가 필요하다 =김정태 국민행장이 증권사 인수를 선언한 이유는 '자산운용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김 행장은 "M&A를 통해 덩치를 키우더라도 생산성이 올라갈지는 의문"이라며 특정분야(자산운용)을 육성해 씨티은행과 경쟁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전문가들 역시 "안방(국내)에서 씨티은행과 맞서기 위해선 차별화와 전문화를 전제로 한 대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조희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추가적인 인수 합병은 다각화보다는 전문화에 중점을 두고 추진돼야 한다"며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등이 증권업으로 활동영역을 좁힌 후에 대형화를 추진한 것이 좋은 예"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의 한정태 연구원 역시 "기존 금융권 빅뱅은 생존(1차)과 대형화(2차)를 위한 빅뱅이었다"며 "향후 3차 빅뱅은 세계적인 금융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차별화(전문화) 빅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금융사들이 갖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 씨티은행에 맞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씨티은행 출신인 이성남 국민은행 감사는 "국내 은행은 씨티은행과는 달리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수 있는 강점이 있다"며 "급변하는 국내 금융환경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점을 최대한 활용, 씨티은행과 경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