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7일자) 실효성 있는 여성고용 확대방안

정부가 여성고용 증대를 위해 내놓은 '고용평등 프로그램'의 근본 취지는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고용평등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기업의 채용 승진 배치 등 고용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준다는 식의 방법론은 개별기업의 인력관리까지 정부가 관여하겠다는 것으로 무리한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여성 고용 확대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당면과제다. 여성 능력의 효율적인 활용 없이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에 진입하기 어렵다는 데도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국내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49.7%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평균 78%) 중 최하위권이다. 특히 대졸여성 참여율과 관리직 여성비율은 더욱 형편없고 보면 남성 위주의 채용 및 인사 관행이 어떤 식으로든 개선돼야 한다는 건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인력관리는 어디까지나 기업이 알아서 해야 할 일이다. 기업에서 여성 채용을 기피하는 건 남성 위주 풍토에서 비롯된 여성에 대한 선입견 탓도 있지만 출산 및 육아에 따른 비용부담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국내기업의 여성인력 고용확대 방안' 보고서에서 2001년 모성보호관련법 강화 후 여성 실업이 증가하고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에 따른 추가비용이 부담스러워 여성 고용을 꺼리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기업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법이나 제도가 여성 고용을 늘리기는커녕 거꾸로 줄인다는 것을 드러낸다. 여성 고용을 늘리자면 규제보다 여성인력 활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육아문제 해결을 위한 인프라 구축,기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부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 여성 취업의 가장 큰 걸림돌인 육아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앞장서서 보육시설을 대폭 확충하고,현재 사업주가 2개월 고용보험에서 1개월씩 부담하는 출산휴가 급여를 재정에서 지급하고,여성인력을 고용하는 중소기업에 금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 다음 후기산업사회에선 단순한 노동시간만으로 생산성을 측정할 수 없다는 점,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문제의 심각성, 그에 따른 출산과 육아 부담의 사회적 비용 분담의 필요성 등을 적극 홍보함으로써 기업 스스로 여성인력 채용에 앞장서게 만드는 게 순서다. 오죽하면 '고용평등 프로그램'이 나왔겠느냐 싶기도 하지만 그렇더라도 기업의 인력 고용과 자리 배치까지 정부가 나서서 참견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접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