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방에 봄꽃이 피었습니다 ‥ 톱 브랜드 봄가방 컬렉션

최근 톱 디자이너의 컬렉션을 보는 재미는 옷보다는 오히려 핸드백이나 구두와 같은 액세서리에 있다. 의상은 날이 갈수록 "웨어러블(wearable;실제로 입을만한)"해지고 있는 반면 액세서리는 디자이너의 영감이 잔뜩 배어있는 창조적인 "작품"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의 멋내기 공식이 "비싼 옷은 오랫동안 질리지 않고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을,대신 특이한 액세서리로 포인트를"이라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루이비통 샤넬 등 톱 브랜드들은 이번 시즌 액세서리 컬렉션에서 명품 디자인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각 회사마다 고유의 디자인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히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몇 가지 공통된 흐름도 발견된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클로저(잠금장식부분)가 디자인의 핵심이 됐다는 것,수수함보다는 화려함이 강조된 것 등이다. # 샤넬 매년 극단적인 이미지의 핸드백 컬렉션을 내놓는 샤넬.고전에 기반을 둔 우아하고 얌전한 스타일을 선보이는가 하면 이와는 정반대의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디자인을 내놓는다. 퀼트와 체인장식,카멜리아(동백꽃) 패턴 등 20세기 초 마드무아젤 샤넬이 즐겨 썼던 이 장식들은 올 봄에도 변함없이 등장했다. 반면 카세트 테이프 모양의 카세트 백과 레코드판을 닮은 45rpm(턴테이블의 분당 회전수를 의미)핸드백은 재미를 넘어 생소하기까지 하다. # 구치 잠금장치 부분의 디테일이 눈길을 끈다. 유연한 뱀 모양에 크리스털 또는 보석을 박은 듯 반짝이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잠금 장식이 단순해보일 수도 있는 가방을 화려하게 변신시켜준다. 브랜드 고유의 스트라이프도 구치의 봄 컬렉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디테일 중 하나다. 블랙과 그린,블랙과 핑크 등으로 구성된 세 줄무늬가 가방 구두 같은 액세서리뿐 아니라 의상 곳곳에 배치돼 캐주얼한 분위기를 한껏 살려주고 있다. 큼지막한 사이즈에 실용적인 스타일을 선호하는 여성에겐 대나무 손잡이가 달린 B.B라인이 좋다. # 프라다 프라다의 2004년 봄·여름 컬렉션 주제는 '여행'이다. 전세계 다양한 문화권의 전통적 디자인을 재발견하고 이를 서구 스타일에 접목시켜 새롭게 해석한다는 의도로 우편엽서풍의 그림이 그려진 베네치아 백과 짚과 마로 만든 앤틱 프레임 백이 대표적인 예다. 베네치아 백(VENEZIA BAG)은 이탈리아 베니스의 낭만적인 풍경이 프린트된 것이 특징이다. # 크리스찬디올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는 무성영화시대의 배우 마를린 디트리히를 뮤즈로 삼아 섹시하지만 절제된 여성미를 추구했다. 엇갈린 리본 디테일이 인상적인 디올 발레 시리즈,금속 별모양 체인이 늘어진 모던한 이미지의 스타 시리즈,사랑스러운 핑크 로고캔버스 등이 올 봄 디올의 주력 상품.레게뮤직이나 서퍼를 주제로 한 프린트도 인상적이다. # 루이비통 컬렉션 무대에 오른 가방 크기는 전해에 비해 작아졌다. 삭 드 뉘,익스프레스백,테다백,레오노르 백 등이 대표적인 아이템.삭 드 뉘는 올리브 색,삼마색,회백색의 캔버스가 바랜 터키색과 라일락 컬러의 타조가죽으로 장식돼 있다. 스트라이프 캔버스로 구성된 내부는 루이비통 초기의 트렁크를 연상시킨다. 설현정 패션전문기자 s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