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축구대표팀 유니폼 비판할 일 아니다..정욱준 <패션 디자이너>

디자이너의 놀라운 크리에이티브나 새로운 시도들은 때때로 천재성으로 추앙받거나 사회에 새로운 사조를 형성하기도 하지만,역으로 사람들의 저항과 반감을 일으켜, 거센 비난과 폄하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최근 축구 국가대표팀 새 유니폼 디자인에 대한 논란을 보면서 창조를 본 업으로 삼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다시 한번 새로움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수용 과정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 디자인은 본디 그것이 어떤 장소,어떤 용도로 쓰일 것인지에 따라 최우선 과제가 달라지는데,스포츠 디자인에 있어서는 당연히 경기력과 기능성에 초점이 맞춰진다. 최근 네티즌들간에 일고 있는 대부분 논란은 이런 점이 고려되지 않고 있는 듯하다. 로또공 버스번호판 등 희화적인 논평이 주를 이루는 유니폼의 '원' 디자인에 관해 나 역시 얼핏 사진으로만 접했을 때는 앞면의 원형이 너무 강조된 것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전체 디자인이 대단히 과학적인 관점에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었는데,유니폼의 가운데에 배치된 '원'은 전체적인 유니폼의 색상 및 원단의 재질과 잘 어울리면서 안정감을 부여했고 경기장에서 동료 선수들의 시선을 잘 잡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앞면과 뒷면에 방패 모양으로 처리한 라인 역시 상체를 더욱 크게 보이게 하는 시각적 효과로,경기에서 상대를 위협하는 경기 심리학을 고려한 디자인으로 보였다. 목의 라인이 없어진 것은 최근의 심플한 디자인 사조를 반영한 것으로 보여 좋았다. 원 디자인을 놓고 '로또공을 연상시킨다'는 말은 국내 로또 열풍에서 비롯된 다소 민감한 반응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러한 반응은 새로운 것에 대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거부 반응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없어질 것으로 본다. '어떤 옷이 예쁜가 그렇지 않은가' 혹은 '어떤 디자인이 훌륭하냐 그렇지 않으냐'에 대한 명쾌한 답이란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유니폼에 대한 최종 평가는 적어도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입고 뛴 후에 선수들을 포함,국민 여론을 들어본 뒤에 내려야 한다고 본다. 최근 디자인 흐름이 로고를 크게 강조하거나,도형과 문양을 사용해 디자인 포인트를 두는 것임을 고려해 볼 때, 원형 디자인을 살린 이번 유니폼은 오히려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한 발 앞선 디자인이라고 본다. 정욱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