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품업체 한국行 '러시' .. LCD·자동차 등 밀착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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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부품업체들의 한국 투자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자동차 선박 등의 분야에서 한국산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급속도로 높아지면서 한국내 부품시장 규모 역시 급팽창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해외 부품업체들이 잇따라 국내에 공장을 세우거나 국내 부품업체를 인수하고 있는 것은 인건비와 물류 코스트 등 원가를 낮춰 다른 기업과의 경쟁에서 앞서려는 전략.국내 세트메이커들에게 납품할 부품을 제때 개발하고 적기에 공급하려는 것도 투자의 목적이다.
일부 기업들은 아예 국내에 연구소를 설립하고 있다.
현지 밀착 영업을 위한 투자인 셈이다.
이들의 투자 결정에는 국내 인력의 기술 수준이 높아져 자사 기준의 품질을 어렵지 않게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투자 규모는 전년보다 28.9% 줄었는 데도 외국인의 부품·소재사업 투자는 12억8천6백만달러로 오히려 6% 증가했다.
◆LCD 부품=LG필립스LCD와 삼성전자가 올해 대규모 시설투자와 함께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자 세계적인 LCD 부품업체들이 두 회사를 겨냥,한국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리슨도시바와 JSR,스미토모화학 등이 한국 내 새 공장을 세우거나 증설했으며 올해 일본 아사히글라스,니토덴코,오쿠보제작소 등이 대한(對韓)투자를 확정했거나 검토 중이다.
니토덴코는 경기도 현곡산업단지에 1억달러 규모의 LCD부품 공장을 지을 예정이며 오쿠보제작소도 이곳에 생산라인을 갖추기로 했다.
아사히글라스는 경북 구미 외국인전용단지에 4억달러를 들여 공장을 설립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최근 일본 기업 투자유치에 나섰던 경기도는 7개 일본 LCD 장비업체들이 모두 1억5천만달러 규모의 투자의향서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자동차 부품= 완성차 업체들의 수출이 늘어나자 세계적 자동차 부품회사인 독일의 티센크루프 등이 한국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독일의 보쉬,미국의 델파이,일본의 덴소 등 이미 한국에 거점을 마련한 부품업체들도 대규모 추가 투자에 나서고 있다.
독일 보쉬는 현대모비스와 합작계약을 맺고 작년 말 충남 천안에 ABS와 ESP(첨단제동장치)공장을 설립했다.
일본의 덴소도 한국 현지 법인인 덴소풍성에 1백81억원을 추가로 투입,충남 홍성에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미국 델파이는 경기도 용인에 가솔린 및 디젤 엔진제어시스템 기술연구소를 세울 계획이다.
독일 최대의 기계·철강그룹인 티센크루프의 최고 경영진은 최근 방한,한국 자동차부품 업체들과의 합작사 설립 또는 사업 프로젝트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박용 도료=한국 조선업체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두 달만에 1년 수주목표의 70% 이상을 달성하는 호황을 거듭하자 선박 기자재 관련 기업들도 한국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최근 삼성정밀화학의 선박용 도료부문을 인수한 네덜란드의 시그마칼론사가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업체들의 한국 진출로 국내 부품소재 산업의 경쟁력은 높아지겠지만 단기적으로는 경쟁력이 취약한 국내 부품업체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