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약효가 없어진다 ‥ 시중자금 단기부동화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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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가 짧은 금융상품에만 돈이 몰리는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효과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이 1일 발표한 '만기구조 단기화 현상의 원인과 영향'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의 만기 6개월 이하 단기수신액은 지난 97년말 1백90조원에서 지난해 11월말에는 3백83조원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반면 금융회사 대출자금 가운데 장기 설비투자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외환위기 이전 15% 수준에서 지난해 6월말엔 9.9%로 떨어졌다.
이처럼 시중 자금이 단기금융상품으로만 쏠리는 것은 △주택 등 실물자산 수익률 상승 △기업의 장기투자 수요 감소 △금융회사의 단기 중소기업대출 확대 등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시중자금의 이같은 단기 부동화 현상은 초단기 유동성(M1)의 비중을 높여 통화정책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경제연구원은 "요구불예금 등 금리수준에 따라 수시로 이동하는 M1(통화)의 비중이 커지면서 화폐수요 함수의 금리탄력성이 크게 높아졌다"며 "이는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저하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화폐수요 함수는 금리변동에 따라 단기자금이 얼마나 큰 폭으로 변화하는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화폐수요 함수의 금리탄력성이 높아지면 금리가 조금만 움직여도 단기자금 규모가 크게 변동하게 된다.
강종구 금융경제연구원 금융연구팀 과장은 "화폐수요의 금리탄력성이 외환위기 이전 9%대에서 지난해 2분기에는 15.3%로 급격히 높아졌다"며 "이는 콜금리를 변동시키더라도 단기자금만 춤을 출 뿐 설비투자 등 장기자금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