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원가와 전쟁' ‥ 생필품 원ㆍ부자재값 자고나면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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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식음료 업계 구매담당자들은 쉴틈이 없다.
자고 일어나면 달라지는 원부자재 가격 때문이다.
한두가지가 오르면 자체 흡수가 가능하다.
하지만 사실상 모든 원부자재 가격이 올라 원가분석을 다시 해야 할 처지다.
'10년래 전례가 없는 무차별 폭등'이라는게 구매담당자들의 얘기다.
"원부자재 가격동향 보고서를 쓰느라 정신 없어요. 업계 전체가 야단일 겁니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업계의 '원가와의 전쟁'을 이렇게 전했다.
원가와의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참치캔 업계와 라면 식용유 두부 콩나물 업계는 원가상승 압력을 견디지 못해 소비자가격을 잇따라 올렸다.
동원F&B는 1일 참치캔 가격을 1천3백50원에서 1천4백70원으로 8.9%를 인상했다.
CJ 콩식용유는 지난달 3천4백50원에서 3천7백원으로 7.2%, 풀무원 두부는 1천5백50원에서 1천7백50원으로 12.9%, 삼양식품의 수타컵라면은 5백50원에서 6백원으로 9%,풀무원 검정콩나물은 1천4백60원에서 1천6백원으로 9.6% 올랐다.
CJ와 삼양식품 관계자는 대두(콩) 국제가격이 작황부진과 해상운임 상승 등으로 인해 크게 올라 식용유와 라면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음료 과자 빙과 등의 가격은 아직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식음료 업계는 이달안에 인상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국제가격이 가파르게 올라 자체적으로 흡수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상반기에 올리고 하반기에 한번 더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게 업계의 공동된 얘기다.
음료업계는 다른 업계에 비해 상황이 다급하다.
과당 물엿 포도당 등 주원료인 전분당 가격이 대폭 오를 예정인 탓이다.
옥수수 국제가격과 연동되는 전분당 가격은 빠르면 이달 안에 최고 18% 인상된다.
전분당 1위 업체인 대상이 조만간 품목에 따라 15∼18% 인상하는 계획을 확정한 상태다.
여기에다 캔음료의 주재료인 석판(철)과 알루미늄 가격이 줄줄이 올라 있고 납품업체들의 인상 요구도 거세 가격인상은 시간문제다.
최근에는 잠잠하던 설탕 가격도 해상운임 상승으로 인해 부셸당 1백67달러에서 1백81달러로 올랐다.
해외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생크림의 경우 국내 수급불균형으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가격 인상을 주저하고 있다.
내수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 가격을 대폭 인상하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대부분 업체는 지탄을 받을까봐 선두업체가 가격을 올려주기만 기다리며 눈치를 보고 있는 형국이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