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색다른 금호의 I R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규모 기업설명회(IR)가 열렸다. 올해 초 CI를 바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그룹과 주요 계열사 사장들을 총출동시켜 중장기 비전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행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5백여 좌석은 증권사 애널리스트,협력회사 관계자,투자자들로 가득찼다. 이번 설명회를 준비한 전략경영본부 관계자들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중간에 좌석의 절반 정도가 비워지는 바람에 난처했던 지난해의 기억 때문이다. "이번엔 잘 되어야 될텐데….사장들이 잘 해주실 겁니다." 설명회가 시작되면서 이 같은 걱정은 안도감으로 바뀌었다. 오남수 전략경영본부 사장에 이어 김흥기 금호석유화학 사장,신훈 금호산업 사장,오세철 금호타이어 사장,박찬법 아시아나항공 사장 등 주력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신훈 사장은 무거운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유머'를 준비해 오는 열의도 보였다. 10여분씩 이어진 회사별 설명회 중간 중간에 날카로운 질의도 이어졌지만 사장들은 성실하게 궁금증을 풀어줬다. 참석자들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번 행사는 주요 그룹이 그것도 계열사 사장들을 한 자리에 모아 회사별 경영현황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이례적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부분은 몇몇 기관투자가나 유력 증권사 관계자들만 불러 행사를 여는 데 금호의 IR는 완전 개방돼 '벽'을 없앴다는 점에서 신선했다"고 평가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규모 IR에 나선 것은 "회사가 잘 되든 어렵든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는 박삼구 회장의 경영철학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박 회장은 사장들을 직접 불러 미리 프리젠테이션을 해보는 리허설도 직접 챙겼다는 후문이다. 금호는 이날 "IMF 이후 4조3천억원 규모의 구조조정을 마무리함에 따라 물류와 레저를 신(新) 성장엔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제 이 같은 선언을 구체화하는 일만 남았다. 그래야 대규모 IR의 취지가 진정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류시훈 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