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묻지마 투자' 수준 .. 줄줄이 투자대기

"아직도 한국시장에 들어올 외국인 대기자금은 넘쳐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900선을 돌파한 4일 한 외국계 증권사 영업담당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외국인 주식보유비중이 43%로 아시아권에서 가장 높아 더이상 들어올 돈이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지만 여전히 충분히 많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CLSA증권 김기수 상무는 "올들어 처음 듣는 외국계 펀드로부터 문의가 들어오고 기업방문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1,000 돌파도 시간문제 UBS증권 안승원 상무는 "최근 외국인들 분위기를 보면 지수가 1,000까지 가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과거의 경우 지수가 900선을 넘어서면 외국인 매수세가 주춤해졌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CLSA증권 김 상무도 "과거에는 지수 500에서 매입해 1,000에서 판다는 게 외국인들의 고정관념이었지만 지금은 다른 것 같다"며 "한국시장에 대해 '이보다 좋은 것이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어서 한국 주식을 계속 살 태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지수는 1,000선을 넘어 더 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메릴린치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말만 해도 외국인들은 국내 개인과 기관의 가세를 기대했지만 이제는 관심이 없는 눈치"라며 "유통주식수가 줄어든 만큼 이제는 외국인 매수만으로도 주가가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자신하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식지 않는 투자 열풍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들은 "최근 외국인의 한국주식 쓸어담기가 마치 IT붐 당시 개인들의 '묻지마 투자'열풍을 연상시킨다"고 말한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 한 지점장은 "섹터나 업종 구별없이 글로벌 기업인 경우 과거 주가 대비 가격메리트만 보고 사달라는 주문을 내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 한 관계자는 "외국인들은 한국 등 아시아국가를 대상으로 한 '뷰티 콘테스트(beauty contest)'에서 대만 중국과 함께 가장 매력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최근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은 대부분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을 근거로 한 신규자금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CLSA증권 김 상무는 "그동안 한국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글로벌펀드들이 이머징마켓팀을 새로 구성해 방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의 이같은 움직임이 낙후된 금융시스템,기업지배구조 등 한국 고유의 디스카운드 요인이 해소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UBS 안 상무는 "외국인들 사이에 한국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급속히 좋아지고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며 "최근 외국인 매수는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의 1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