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말바꾸기…정체 뭘까?

SK(주)의 2대주주인 소버린자산운용이 SK텔레콤 지분 매각문제 등 주요 사안에 대해 수시로 입장을 번복해 의혹을 낳고 있다. 소버린은 최근 주총 위임장과 관련해 펀드 수익률 현황 등을 공개하라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요구를 묵살하는 등 투명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SK텔레콤 지분매각 논란=소버린의 제임스 피터 대표이사는 지난 3일 SK㈜ 노조와 만나 "독자경영을 위해서는 SK텔레콤 지분을 팔아 부채를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임명호 SK㈜ 노조 위원장은 전했다. 그러나 피터 대표는 이날 소액주주의 위임장을 받는 자리에서 "새로 구성되는 이사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며 말을 바꿨다. 앞서 피터 대표는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을 자청,"SK텔레콤은 멋진 회사이며 주가는 낮게 평가돼 있다"며 매각에 반대했었다. ◆외국인투자촉진법 위반 말바꾸기=소버린은 지난해 4월 국내 기업 주식 10% 이상 취득시 사전신고를 의무화한 '외국인투자촉진법'을 위반,산업자원부에 의해 검찰에 고발당했다. 서울지검 외사부 김태광 검사는 "국내법을 잘 몰랐다는 소명서와 재발방지를 약속한 대표이사의 각서가 제출돼 기소유예 처리했다"고 밝혔다. 피터 대표는 그러나 지난해 11월 기자회견 자리에서 "한국법을 모두 준수했으며 산자부 고발건은 처벌받을 근거가 없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최근 한 인터넷 언론과의 회견에선 "검찰이 관용을 베푼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법 위반사실이 있었음을 고백했다. ◆장기투자 근거 없어=소버린은 자신들의 성격에 대해 "평균 투자 기간이 4년을 초과하는 장기 가치투자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소버린이 지난해 7월 일본 금융회사인 UFJ홀딩스 지분 5.87%를 매입했다고 발표한 1백% 자회사 '민트시큐리티스'는 2001년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던 현대해상 주식을 3개월만에 사고 파는 방법으로 수십억원대 차익을 챙긴 단기 투기펀드였던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민트시큐리티스는 2001년 12월부터 2002년 1월 사이에 현대해상 주식을 집중 매집,9.86%(88만1천5백70주)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민트는 이어 2002년 2∼3월께 이를 대부분 처분,이익을 실현했다. 투자 기간은 1∼4개월에 불과하다. 소버린은 2001년 11월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이 합병할 당시 2% 안팎의 국민은행 지분을 취득했다가 2002년 4월에 팔며 SK㈜ 주식을 취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민은행 투자 기간도 1년 남짓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참여연대 장하성 교수도 "소버린을 장기투자가로 볼 만한 레코드(기록)가 없다"고 지적했다. ◆경영권 장악 논란=소버린은 "포트폴리오 투자가로서 SK㈜를 경영할 능력도 의사도 없다"며 경영권 장악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지법 민사50부(재판장 이홍훈 부장판사)는 지난해 말 소버린측이 제기한 SK㈜ 자사주 매각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하면서 "신청인(소버린의 자회사인 크레스트증권) 스스로 회사 주식의 14.99%까지 보유하게 됨으로써 피신청인 회사(SK㈜)의 최대주주가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경영권까지 장악하고자 하는 의도를 명백히 밝히고 있다"고 판결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