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문화콘텐츠

'태극기 휘날리며'가 아메리칸 필름마켓(AFMA)에서 60억여원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다. '겨울연가'는 지난해 봄 NHK위성TV에서 방송된 뒤 DVD타이틀과 OST음반 소설까지 대히트, 일본에서만 5백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는데 오는 4월 공중파에서 방송되면 최대 2천억원의 매출도 가능하리라 한다. 문화콘텐츠의 힘은 이처럼 놀랍다. '겨울연가'에서 보듯 드라마 한편이 성공하면 DVD 음반 원작소설 등 각종 파생상품이 대박을 터뜨린다. 게다가 주인공의 옷 화장품 액세서리 자동차 등 극 중 상품의 광고효과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인 경제효과는 단순한 수치로 계산하기 어렵다. 삼성전자가 한류 주역인 탤런트 안재욱을 내세움으로써 중국 모니터시장에서 필립스를 제친 것이나 LG생활건강이 베트남에 진출하면서 드라마 '모델'의 주인공 김남주를 CF모델로 기용, 베트남 화장품시장의 70%를 차지한 것 등은 대표적인 경우다. 문화콘텐츠의 수요는 디지털사회의 본격적인 개막에 따른 다매체다채널 시대를 맞아 계속 늘어난다. 2002년 1조8백90억달러이던 세계시장 규모는 2007년 1조3천7백40억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이 문화콘텐츠산업을 군수산업과 함께 2대 산업으로 지원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그러나 '타이타닉' 10억5백만달러, '반지의 제왕' 3부작 28억달러라는 엄청난 흥행수입에서 보듯 세계시장은 미국(40.2%)과 일본(10.1%)이 절반을 나눠 갖고, 우리의 비중은 겨우 1.5%에 불과하다. 때문에 정부에선 2008년까지 수출 1백억달러를 달성해 세계 5대 문화콘텐츠산업 강국이 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그같은 목표를 이루자면 현 상황을 뛰어넘어야 한다. 대만에서 일본드라마가 편당 2만달러씩 할 때 1천달러도 못받던 우리 드라마가 편당 2만달러까지 치솟게 만들었던 한류바람이 지난해 '올인'과 '가을동화'의 실패 후 너무 비슷비슷하다는 평과 함께 급속히 가라앉고 있다는 데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일본 붐이 일어 괜찮다지만 중국에서도 외국드라마의 프라임시간대 방영금지 등 규제가 심해지는 만큼 속히 대책을 마련하고 부처간 정책도 조율해야 한다. 모든 문화콘텐츠의 바탕인 '좋은 원작' 생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함도 물론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