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부당 회계처리 논란

이동걸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이 "삼성생명이 보험업감독규정을 어기고 계약자 몫으로 돌려야 할 2조원 가량의 장기투자자산 평가이익을 주주 몫으로 배분했다"고 주장, 논란이 일고 있다. 삼성생명측은 이에 대해 "현행 감독규정을 어긴 사실이 없으며 다른 생보사들도 같은 방식으로 평가이익을 배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논란이 일자 금융감독원은 "현행 규정상 투자유가증권 평가손익의 배분기준이 분명치 않아 계약자 몫의 일부가 주주 몫으로 표기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5일 밝혔다. ◆ 쟁점은 평가이익 계산방식 =장기투자자산의 평가손익은 당해 회계연도에 발생한 총 손익기준(보험손익+투자손익+기타손익)에 따라 각각 '계약자지분 조정계정'과 '자본조정계정'에 계상하도록 돼 있다. "계약자 몫을 주주 몫으로 돌렸다"는 이 부위원장의 지적은 '계약자지분 조정계정에 계상할 것을 자본조정계정에 계상했다'는 뜻이다. 이런 문제 제기의 핵심은 매년의 평가손익을 어느 시점부터 따져서 계산할 것인가에서 비롯된다. 여기에는 '당기개념'과 '누적개념'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누적개념은 해당 자산에 투자한 시점의 가격과 비교해 손익을 계산하는 것이고 당기개념은 당해 회계연도 중의 가격변동만으로 손익을 계산하는 것이다. 가령 2001년에 1백억원을 투자한 자산이 2002년말에 1백20억원, 2003년말에 1백30억원으로 평가됐다 치자. 당기개념을 적용하면 2003회계연도 결산자료에서 평가이익은 10억원이다. 반면 누적개념을 적용하면 평가이익이 30억원으로 계산된다. 생보업계에 따르면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에선 누적개념을 쓰고 있다. 국내 생보사들도 교보생명을 제외한 모든 회사들이 누적개념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부위원장은 계약자의 이익을 보호하려면 당기개념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무배당상품(이익금중 계약자배당이 없는 상품) 비중이 급증하고 있으므로 누적개념을 적용하면 그동안 계약자 몫으로 떼어 둔 평가이익이 희석된다는 것이다. 그는 당기개념을 적용해 삼성생명의 투자유가증권을 평가하면 현재 자본계정에 잡혀 있는 금액중 1조7천억∼2조2천억원이 계약자계정으로 들어가게 된다고 추정했다. ◆ 삼성생명의 반박 =삼성생명측은 투자자산 '평가이익'을 계약자 몫과 주주 몫으로 배분하는 것은 회계처리의 문제이지 실제 계약자의 이해와 관련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계약자에게 중요한 것은 장부에만 계상되는 '평가이익'이 아니라 '처분이익'이라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무배당 상품의 판매증가로 인해 누적개념으로 투자자산 평가익을 배분하면 계약자 몫이 10% 정도밖에 안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투자자산을 처분했을 때는 현행 규정대로 책임준비금 기준으로 배분하기 때문에 계약자 몫이 60%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계약자의 이익을 침해한 사실은 없다고 강조했다. ◆ 금감원의 대응 =금감원 관계자는 "평가손익에 대한 서로 다른 처리 방법은 회계 기준 해석상의 문제이지 규정 위반이나 분식으로는 볼 수 없다"며 논란이 과열되는 것에서 한발 물러섰다. 또 "현행 기준과 보험원리를 감안해 장기투자자산의 손익배분기준을 적정히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혀 금감원의 방침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선 감독 규정이 1999년에 마련된데다 지난해 생보사 상장 방안 마련 과정에서도 이 문제가 제기됐는데도 손질하지 않았다며 금감원의 뒤늦은 개선 움직임을 비판했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