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규의 '월요경제'] '눈'에 멍든 3월…'경제의 봄'은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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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 할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20세기 대표적인 철학자이자 문예이론가인 게오르그 루카치가 30세(1915년)에 쓴 '소설의 이론' 첫 구절이다.
그는 총체성이 지배하던 고대 그리스의 황금시대를 통해 역설적으로 총체성을 상실한 현대의 혼돈을 대비시켰다.
요즘엔 하늘의 별이 공해 탓에 잘 보이지 않거니와 설사 별을 봐도 길을 찾거나 날씨를 점치지도 못한다.
그래서인가?
1백년래 최악이라는 지난 4,5일 폭설에 대한 정부의 방재시스템은 전혀 총체적이지 못했다.
꽃샘추위에 개구리조차 경칩(5일)에 뛰쳐나오길 미뤘는데 말이다.
슈퍼컴퓨터를 들여놓고도 기상청은 눈이 내린지 1시간이 지나서야 대설경보를 발동했다.
도로공사는 고속도로를 엉망으로 만드는데 한몫 단단히 했다.
눈 그친 이튿날에야 뒷북치듯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해 호통치던 총리 표정은 차라리 코미디였다.
총선에 올인하고 개혁 깃발만 펄럭이던 순간에 정작 민생은 올스톱됐다.
무려 27시간이나 고속도로에 갇힌 운전자들은 망연자실했고 조류독감 파동을 겨우 넘긴 양계농장은 폭설로 무너져 두 번 죽게 생겼다.
이렇듯 눈(眼) 부셔야 할 3월은 눈(雪)에 멍든 채 시작됐다.
이번 주에는 꽃샘추위도 물러간다고 하지만 눈 녹은 뒤의 지저분함이 당국의 늑장·뒷북ㆍ무대책과 오버랩돼 기분이 영 개운치 않다.
주요 행사일정을 보니 물가대책 차관회의(11일)가 눈에 띈다.
3월 이후엔 괜찮아진다던 정부가 대책회의를 열 만큼 물가가 심상치 않은 셈이다.
한국은행도 올해 물가 전망(2.9%) 상향조정을 검토 중이다.
철근ㆍ고철대란과 관련, 산업자원부 장관은 '협조' 요청차 월요일부터 철강업체를 찾아간다.
한은은 콜금리 결정을 위한 금융통화위원회(11일)를 열지만 경제여건(소비ㆍ투자 침체)상 뻔한 결과(7개월째 콜금리 동결)가 예상된다.
아울러 통계청의 1월 서비스업활동 동향(9일)에서도 지표가 크게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우리 경제는 여전히 1기통 엔진(수출)으로 힘겹게 굴러가야 할 상황이다.
이번 주에는 1백46개 상장ㆍ등록기업의 정기 주총이 열린다.
소버린과 경영권 다툼 중인 SK㈜의 주총(12일) 표 대결은 경제계에선 총선 못지 않은 관심사다.
끝으로 이번 폭설을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로 패러디한 글을 소개한다.
"…꽃샘추위에 미친 듯 폭설이 퍼부어대려고/그제부터 내 몸이 그리 쑤시고/나는 아침마다 그렇게 고통스러웠나 보다."